윌리엄 켄트리지: 주변적 고찰

내부와 외부, 그 경계에 선 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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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관에서 <윌리엄 켄트리지: 주변적 고찰>전이 열리고 있다. 서울관 개관 이래 개인전으로는 최대 규모인 이번 전시는 실로 웅장하게 다가오는 가뭄의 단비 같다. 작가의 트레이드마크인 목탄 드로잉과 애니메이션, 영상 설치 작업까지 총 108점 중 하나의 작업도 쉬이 버릴 수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20세기 중반부터 활개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 분리 정책, 아파르트헤이트(남아프리카공화국의 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과 제도)가 만연하던 요하네스버그에서 인권 변호사의 아들로 보낸 유년 시절은 그에게 항거할 수 없는 시대적 부조리로 각인되며 마치 일기를 쓰듯 작업 곳곳에 스며드는 원천이 됐다. 회화, 연극, 필름 등 여러 분야를 거쳐 안착한 분야는 목탄 드로잉. 생각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고 그린 후 수정이 가능해 우리 삶의 불확실성과 임시성을 잘 보여주는 매체라는 것이 이유다. 묵직한 정치적 상황을 주제 삼아 그린 드로잉을 지우고 다시 그리는 행동을 반복하며 이를 재편집한 애니메이션 기법을 차용해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그의 작업은 강력한 흡입력으로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마법처럼 슬픔과 기쁨을 오가게 하며 정치, 사회적 문제를 시적으로 직시해 역동적인 놀라움을 안긴다. 이제 인권을 넘어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넓은 주제 의식을 탐구하는 그의 다채로운 면모를 흠뻑 느낄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이번 전시의 큰 미덕이다. 그런 의미에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작업은 2012년 카셀 도큐멘타에 출품한 ‘시간의 거부’다. 거칠고 지저분한 공사장처럼 연출한 어두운 공간에서 산업화 이후 인간을 구속한 그리니치 표준시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장면을 담은 5채널 영상 작업은 ‘코끼리’라 불리는 목재 기계의 거친 움직임, 우리 내면의 맥박을 깊게 건드리는 주제 음악과 어울려 15분의 짧지 않은 시간을 환상적으로 이끈다. 매 전시 환경에 맞춰 최적의 상태를 추구하는 전시 디자인은 이번 서울관에서도 여실히 빛난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는 건 검소한 재료와 탁월한 배치가 만들어낸 서정적인 전시 디자인 덕분이리라. 총 관람 시간은 3시간에 육박하지만 연대기적 배치가 아닌 터라 시간 날 때마다 가보는 용기를 부려도 손해볼 것 없는 절호의 기회다. 공동 주최기관인 중국 베이징 울렌스 현대 예술센터가 먼저 선보인 작년 전시는 현지에서 ‘올해의 전시’로 뽑혔다. <윌리엄 켄트리지>전은 오는 3월 27일까지 계속된다.  글 전종현(디자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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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원
운영 시간
화·목·금·일 10:00–18:00, 수·토 10:0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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