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는 욕망과 시간을 어떻게 통제하는가? 솔직히 아티스트가 괴로워하는 이유는 작품이 잘 안 팔리거나, 평론가로부터 혹평을 들어서가 아니다. 신이 될 수 없어서다. 그들은 작품이라는 형식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시간을 통제하려 한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들의 도전은 끝이 없다. 남화연도 그 숙명의 길에 들어섰다. 미디어 설치작가인 그녀는 인간의 탐욕 세계를 표현한다.
작품 제목 ‘유령난초(Ghost Orchid, Video, 6min 53sec, 2015)’는 19세기 영국과 벨기에에서 유행한 ‘난초 사냥꾼’에 대한 비디오 설치작업이다. 식물 사업자로부터 의뢰받은 ‘난초 사냥꾼’들이 남미와 아시아 전역을 돌아다니며 희귀하고 이국적인 난초를 유럽으로 들여온 역사에서 착안한 작품이다. 남화연은 식물을 흉내 내며 춤을 추는 남자 퍼포머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광적인 수집 욕구를 탐구한다.
‘동방박사의 경배(The Adoration of the Magi, Video, 11min 32sec, 2015)’라는 작품은 인간의‘보는 것에 대한 욕망’을 표현한다. 작품은 핼리 혜성을 보고 지오토가 그린 그림을 클로즈업 이미지로 보여준다. 작가는 혜성이라는 자연 현상이 어떻게 당시 기독교인들에게 과학의 영역으로 유입되었는지 관찰했다. 더불어 시간을 통제하려는 욕망은 ‘개미시간(Ant Time, 27.5 x 34 cm, photo documentation, 2014)’이라는 작품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개미의 동선을 실이 따라가며 그 궤적을 추적하는 작품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을 실로 개미가 지나간 공간을 표현함으로써 눈에 보이는 실체로 표현했다.
작가 남화연은 주로 퍼포먼스가 등장하는 비디오 작업과 실험적인 스테이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녀의 관심사는 ‘시간’이다. 시간이 특정 사건이나 사물에 의해 변해가고 서로 다르게 인식되는 과정을 작품을 통해 표현한다. 예를 들면 세잔이 사과 정물화를 그릴 때, 시간에 따라 부패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듯이 말이다. 단지 그녀는 평면회화가 아닌 퍼포먼스와 비디오라는 현대 미디어를 통해 재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이타카 소재의 코넬 대학교에서 순수미술을 공부했고, 고국인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예술종합 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2014년부터는 독일 베를린의 HZT(Hochschulübergreifendes Zentrum Tanz)에서 공부 중이다.
2015년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초청되어 다시금 세계적인 작가로 거듭날 예정이다. 고국에서 열리는 첫 개인전이며,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금상을 수상한 고 백남준 비디오 설치작가 이후, 한국 작가로 다시금 수상을 기대케 하는 작가이다. 전시는 서울 아르코미술관에서 4월 10일부터 6월 28일까지 열린다.
시간의 실체가 궁금했거나, 영화 “인터스텔라”를 통해 ‘시간이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사람이라며 관람을 추천한다. 물리적 시간과 아티스트에 의해 추상화된 시간의 각기 다른 점을 살펴볼 만한다. 물론 당신의 아이큐가 돌고래보다 나아야 한다.
6월 6일 오후 2시 아르코미술관 3층 세미나실에서 ‘작가와의 대화’가 열린다.
글 김영진(아트인사이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