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북소리에 맞춰 격렬한 몸짓과 춤사위를 선보이는 화면 속의 무용수. 새를 연상시키는 과장된 검은색 깃털 옷을 온몸에 두른채음악에맞춰계속몸을흔든다. 어두운 전시장 안에 흐르는 음악은 가슴을 따라쿵,쿵온몸에진동을퍼지게하고, 흥이 많은 사람이라면 슬쩍 리듬까지 타게 된다. 정체 불명의 영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장함도쉽사리눈을뗄수없게만드는 요소중하나.한국의현대미술작가 배영환이 플랫폼-엘에서 선보이는 비디오 설치 작품 <추상동사- Can you remember?>다. 이번 전시는 특별히 한국의 배영환과 중국의 양푸동, 두 명의 작가가 <새들의 나라>, <천공지색>이라는 타이틀로 각자의 개인 전시를 꾸린다. 배영환은 전시장 2-3층에서, 양푸동은 지하 2층 라이브홀에서 자신의 디지털 컬러 필름 5점을 전시한다. 지하 2층으로 들어서면 쨍한 원색 톤과 몽환적인 느낌을 보여주는 영상이 벽에 뉘어진 5개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끊임없이 재생된다.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젊고 아름다운 동양 여성들. 알록달록한 수영복을 입은 이들은 1930년대 서양의 문화에 깊은 영향을 받은 ‘상하이 모던’ 스타일을 재현한다. 지그시 화면을 응시하거나 과한 웃음으로 물장구를 치고, 초점잃은눈으로화면속을배회하는이들은어딘가 허무하고 어색하다. 진짜 해변이 아닌 촬영용 세트장을 즐거운 모습으로 거닐고 있기 때문이다. 묘하게 안타까운 감정마저 자아낸다. 작가 양푸동은 “모델 같은 화려한 미래를 꿈꾸던 여성들의 동경과 현실의 괴리를 보여주려 했다”고 말한다. 언어나 제도, 국가에 길들여진 현대인의 삶과 욕망을 ‘새’라는 매개체에 투영한 한국 작가 배영환과 비디오, 영화 등의 매체를 통해 중국 사회의 현실을 나타내는 작가 양푸동은 사회적맥락안에놓인개인의모습에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한중 작가 2인의 ‘따로 또 같이’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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