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less architecture

Q&A: 네임리스 건축

네임리스 건축의 나은중, 유소래가 구로구평생학습관의 야외부지를 재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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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 수직 기둥을 중심으로 달려 있는 사각형 판들이 자유롭게 돌아간다. 언뜻 건너편이 비치는 반투명한 판들은 닫힌 공간을 여는 ‘문’이 되기도 하고, 뚫린 공간을 감싸는 ‘벽’이 되기도 한다. 수평을 유지하며 원형으로 돌아가는 이 벽의 쓰임을 규정하는 것은 관람객의 몫이다. 움직이는 벽을 이용해 하나의 넓은 공간을 만들 수도 있고, 여러 개의 작은 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서울과 뉴욕에 기반을 둔 네임리스 건축의 듀오 나은중, 유소래가 ‘움직이는 벽’을 이용해 ‘구로구 평생학습관’을 재생할 만한 아이디어를 냈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 유휴 공간은 예술가의 야외 작업실이 되기도 하고 주민들의 문화공간이 되기도 한다. 서울 시립미술관 1층에서 전시 준비가 한창인 그들을 만났다. 
 
수직과 수평을 작업에 이용한 이유는? 수평으로 설치된 벽이 자유롭게 돌아가기도 한다.
나은중 수직 기둥은 야외 부지에 남아 있던 송전탑의 철 구조물에서 착안했다. 수직 기둥들을 무작위로 배치하고 그 기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벽을 설치했다. 벽을 고정할 경우 외부의 트인 풍경을 방해하면서 동시에 장소의 특성을 너무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경향이 있다. 예술가들의 야외 작업실, 
아이들의 놀이터, 야외전시장 등 움직이는 벽을 이용해 공간을 자유롭게 계획할 수 있도록 했다.
유소래 기존의 버려진 공간을 재생하는 사례들을 보면, 
처음에는 특정 구조물이 설치되고 사람들이 그것을 잘 사용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금세 그 장소에 흥미를 잃게 되고 결국 버려지게 된다. 장소를 어떻게 활용할지 한 가지 방식으로 정했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고정적인 틀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직접 공간을 구획하고 변화시키면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돌아가는 벽은 사용자가 공간을 자유롭게 계획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설치도 염두에 둔 작업인가?
나은중 물론이다. 외부에 직접 설치할 때는 지형에 맞게 보완이 필요하겠지만 바로 적용이 가능한 설치 작업이다. 
 
전시 형태로 아이디어를 재현하는 것과 실제 건축 작업은 어떤 차이를 갖는가?
나은중 건축에서 이상적인 아이디어를 끝까지 밀고 나가기에는 기술력이나 자본을 비롯한 현실적인 제약이 너무 많다. 전시는 건축가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아이디어를 여과 없이 보여줄 수 있는 토대라고 할 수 있다. 역으로 전시를 위해 제시된 아이디어가 실체 건축으로 발전될 수 있는 소지를 발견하기도 한다. 
 
중랑구에 사무실이 있어서 괜히 놀랐다. 그 윗동네에서 사춘기를 보냈는데, 노원구나 중랑구에 위치하면 문화적 혜택으로부터 거리가 멀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유소래 실제로 이 동네에 건축사무소는 우리밖에 없는것 같다.(웃음) 작업을 할 때 교류가 너무 많은 곳보다는 섬처럼 떨어져서 단절된 것을 선호한다. 그 거리감을 즐긴다. 그리고 사무실 주변은 변화가 느리고 삶의 형태가 편안해서 마음까지 평온해진다. 
나은중 경의중앙선을 타고 왕십리, 청량리, 회기를 지나 중랑구로 들어오다 보면 서울 외곽의 느슨한 풍경들이 보인다. 물론 유행 따라 거친 속도로 변해가는 강남 상권보다 발전이 느리긴 하지만 적어도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그런 편안한 풍경과 그 장소가 가지고 있는 냄새가 너무 좋았다. 우리 동네 시장에는 없는 게 없다. 
 
서울에 특별히 작업하고 싶은 대상이 있는가?
유소래 기회가 되면 아파트에 대한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 한국의 아파트. 
나은중 한국에서 아파트는 조금 특별한 맥락을 지닌다. 가장 한국적인 주거문화는 한옥이 아니라 아파트라고 생각한다.여기서 한국적인 것과 전통적이라는 것은 다른 의미로 봐야 한다. 물론 한국의 전통 가옥은 한옥이지만, 현재 서울의 시대성을 가장 잘 대변하는 가장 한국적인 주거 형태는 아파트라는 뜻이다. 부정하기보다는 주거 형태로 자리 잡은 한국의 아파트 문화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건축가들이 이룰 수 있는 문화적인 발전이 무엇일까를 고민해야 한다. 실체를 비판하고 무시만 하는 것은 결국은 현실을 피하는 것이다. 
 
사무실을 두고 있는 서울과 뉴욕, 건축가가 바라본 두 도시는 어떻게 다른가?
나은중 대도시의 번잡함이나 강렬함으로 비교하면 서울과 뉴욕은 매우 유사하다. 그렇지만 내 경험으로 비추어보아 뉴욕은 사회적, 문화적인 인프라가 다른 어떤 도시보다 강력한 곳이다. 날고 긴다는 표현 있지 않나? 나는 사람은 나는 대로, 기는 사람은 기는 대로,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아이디어를 경쟁한다. 반면 서울은 그 아이디어를 실체 건축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땅이다. 각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기회의 종류가 다르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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