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구성수는 사진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대구에서 서울로 상경했다. 당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그는 ‘핫셀블라드’나 ‘롤라이 플렉스’ 같은 고가의 카메라 대신 오래된 독일식 카메라 ‘자이스이콘’을 들고 길거리로 나섰다.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서울사람들의 모습을 매일같이 카메라에 담았고, 5년 동안의 기록 중 일부를 엮어 ‘서울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발표했다. 정사각형의 흑백사진 안에 담긴 사람들은 다소 무거운 정취를 풍긴다. 시위를 하는 사람들 틈에서 조용히 카메라를 뒤돌아보는 남자의 눈빛과, 신문지가 널브러진 서울역 앞 여자의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다. 당시 혼란스러웠던 서울이 짊어진 사회의 무게를 자신의 몫보다 조금 넘치게 나누어 가졌다고 말하는 것도 같다. 또한 버스 뒷좌석에 앉아 창 밖 풍경을 응시하는 여자와 지하철 역 앞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는 중년 남성에게서도 삶의 피로를 느낄 수 있다. 이토록 힘든 서울에서, 그들에게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간혹 어른들은 ‘그래도 예전이 살기 좋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나간 어제와 달리 현실은 언제나 녹록지 않다. 23살의 대학원생이던 구성수가 기록한 24년 전의 서울도 그렇다. 어느 것 하나 분명하지 않은 내일을 위해, 사람들은 각자의 고단함을 견디며 일상을 이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