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치고 가족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진은 거의 없다. 스튜디오에서 새하얀 조명을 맞아본 적이 있다면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에 입지 않는 옷 매무새를 바로잡다 보면 사진가의 목소리 들려온다. “자, 자연스럽게 웃어보세요”. 이렇게 낯선 곳에서 화목한 척을 하라니! 하지만 정연두의 사진 속 인물들은 비교적 편안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생소하다. 척추를 곧게 펴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가족들. 그들의 미소는 어색하기 짝이 없지만, 사진은 단순한 인물이 아닌, 각각 가족의 분위기를 살려낸다. 작가는 카메라를 들고 직접 가족의 집을 방문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