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스스로를 억압해왔다 자신들의 삶을 그 누구에게 빼앗긴 줄도 모르면서. 윤리, 제도, 문화, 사회가 그녀들의 삶의 주인이었던 것이다. 그녀들에게는 자아가 없었다. 그녀들은 꼭두각시였다. 어머니, 누이, 착한 딸, 예쁜 손녀, 그리고 마음 너그러운 부인으로 불리면서… (중략)” -박영숙 작가노트, <미친년 프로젝트>에 대하여.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진행한 작가 박영숙의 대표작 <미친년 프로젝트>. 한국의 1세대 페미니스트이자 사진작가인 그녀는 약 7년간 한국의 ‘미친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분홍색 베개를 꼭 껴안고 흐트러진 차림으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성, 입고 있는 셔츠와 바지가 흠뻑 젖은 채로 화장실에 서서 카메라를 응시하는 여성, 베란다 화분에 물을 주다 말고 먼발치를 바라보는 여성. 초점 잃은 눈빛을 한 이들은 누구일까? 단순히 정신줄을 놓아버린 여자일까? 작가의 말에 의하면 이들은 ‘미친년’이 맞다. 다만 “남성 지배적인 문화를 참고 참다 마침내 미쳐버린 여성 혹은 남성 지배 문화에 순종하지 않고 반항하던, 그래서 당대 남성들에게 ‘미친년’ 소리를 들었을, 하지만 오늘날 여성에게 칭송받아 마땅한 그런 ‘미친’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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