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잠실에서 태어난 사진작가 정지현은 아파트에서 자란 ‘아파트 키드’다. 2000년대 초반 대부분의 ‘아파트 키드’가 그러하듯 작가 역시 재건축으로 유년의 세계가 소멸하는 과정을 목격했고, 그 충격은 자연스럽게 아파트, 그리고 재개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오랫동안 살았던 집이 부서지는 광경을 멀리서 봤다. 아파트 외벽이 헐리고 차례로 거실과 부엌, 방이 사라지는데, 그것은 나와 가족을 품어주던 생명체가 속살을 드러내며 죽어가는 모습이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작가는 철거가 시작되기 전 사람들이 떠난 집과 건물에 임의의 빨간 방을 만들고 외부에서 그 붉은 속살이 드러나는 순간을 포착했다('철거 현장(Demolition Site)'). 부서진 건물이 내비친 빨간 방은 찰나의 시선을 늘리고 익숙하면서도 생경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이에 작가는 “개인의 삶의 흔적이 존재하는 빨간 방을 찾는 과정은 도시를 삶의 공간으로 회복하고 재인식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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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진행한 작품 '재건축 현장(Reconstruction Site)'은 개포동 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이루어졌다. 이전 작업이 사람이 살아가는 최소단위인 방에 초점을 맞췄다면 '재건축 현장'은 ‘동’이라 불리는 아파트 한 채가 기본 단위다. 작가는 재건축 과정을 “개인이 집단을 이루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개별적인 집으로 존재하다 재건축을 논하며 조합이라는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한 층의 빨간 방들 또한 독립된 공간이었다가 벽이 부서지며 붉은 띠가 되고, 면이 되고, 마지막에는 소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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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도시가 변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맹목적인 도시화에 문제를 제기하며, 도시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구조를 들여다본다. 현재 '철거 현장'의 배경인 인천 가정동 루원시티 재개발 사업은 2013년 종료될 것이라는 애초 예상과 달리 경기 침체로 인해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다. 건물이 철거된 땅은 개발되지 못한 채 폐허로 표류 중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속살을 드러낸 빨간 방들이 작가의 프레임 밖에 여전히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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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포착한 작가 더 보기
간혹 어른들은 ‘그래도 예전이 살기 좋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나간 어제와 달리 현실은 언제나 녹록지 않다. 23살의 대학원생이던 구성수가 기록한 24년 전의 서울도 그렇다. 어느 것 하나 분명하지 않은 내일을 위해, 사람들은 각자의 고단함을 견디며 일상을 이어나갔다.
가족사진치고 가족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진은 거의 없다. 스튜디오에서 새하얀 조명을 맞아본 적이 있다면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에 입지 않는 옷 매무새를 바로잡다 보면 사진가의 목소리 들려온다. “자, 자연스럽게 웃어보세요”. 이렇게 낯선 곳에서 화목한 척을 하라니! 하지만 정연두의 사진 속 인물들은 비교적 편안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생소하다. 척추를 곧게 펴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가족들. 그들의 미소는 어색하기 짝이 없지만, 사진은 단순한 인물이 아닌, 각각 가족의 분위기를 살려낸다. 작가는 카메라를 들고 직접 가족의 집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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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를 스마트폰처럼 애지중지했던 80년대. 핸드폰으로 TV를 챙겨 보는 학생들에게는 생소한 시절이지만 “전국노래자랑”은 X세대가 태어나기 전부터 경기도 오산의 슈퍼우먼, 노래하는 충남의 할머니 등 연령과 국적 불문의 독특한 재주꾼들을 조명해왔다. TV에 비춰지는 순간 연예인으로 급부상하고, 방송이 끝나면 동네에서 알아주는 재주꾼으로 돌아가는 ‘빤짝스타’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순식간에 잊혀지는 것이 또 순리였다. 그러나 변순철은 2005년부터 “전국노래자랑”의 출연자들을 사진으로 담아왔다.
하지만 작가 여지(Ji Yeo)는 성형 후 회복이 필요한 서울 여자들을 ‘섭외’해 밥을 챙겨주고, 그들의 호텔비를 내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여기서 굳이 섭외라는 말을 쓴 것은, 성형수술을 마친 자를 대상으로 무엇이든 해주겠다는 광고를 인터넷 성형 카페에 냈기 때문이다. 미쳤냐고 욕을 먹거나, 천만원을 줘도 안 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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