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역서울284를 마주하고 왼쪽 편으로 쭉 걸어가다 보면 한복 두루마기를 입고, 오른 손에는 수류탄을 들고 있는 이의 동상이 서 있다. 동상 아래에는 강우규라는 이름이 써 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그는 일제 강점기 시대에 일본인 조선총독 사이코 마코토를 죽이려고 서울역에 폭탄을 던졌던 독립운동가다. 폭탄은 빗나가고 그는 붙잡혀 사형을 당했다. 하지만 그는 이 어지러운 시대의 영웅이 되기에 충분하다. 강우규 열사의 동상을 시작으로 김광수 건축가가 만든 둥근 건축 전시 공간이 나온다. ‘만다라 영웅’이란 파빌리온 프로젝트다. 자신이 영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사진을 참가자가 찍어 보내면 작가가 액자로 만들어 집으로 발송해준다. 참가자는 다시 이 액자를 자신의 공간 어딘가에 두고 찍어 보내는, 일반인 참여 형태의 전시다. 사진은 총 3개의 액자로 제작되어 참가자와 사진 속 주인공에게 각각 보내지고, 나머지는 이 파빌리온에 설치된다. 어머니 혹은 세살 난 아들, 유명 남자배우 등 각자 사람들이 영웅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의 사진 전시가 꽤 유쾌하게 펼쳐진다. 총 300개의 액자가 전시될 예정인데, 전시 오픈과 함께 이미 200개가 제작, 전시되어 있다. 남은 100개의 액자를 일반인들이 만들 수 있다.
김광수 건축가의 참여전시 프로젝트는 지난 10월 20일부터 시작된 문화역서울 284의 기획프로그램 <페스티벌 284:영웅본색>의 여러 작품 중 하나다.8개국, 24팀, 70명의 작가가 참여한 다양한 전시와 공연, 관객 참여 프로그램이 선보이고 있다. 여인의 향기, 카사블랑카, 스팅 등 24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시네마 프로그램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