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필수고 인공지능을 탑재한 제 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이 시점에서 감흥이 덜할지도 모른다. 인터넷이 나오기 전, 백남준은 1960년 활동할 당시 첨단 기술매체와 인간과의 공존을 상상하고, 이를 예술로 풀어간 비디오아트의 선구자이다. 백남준은 일본, 독일, 미국 그리고 세계 여러 곳곳을 돌아다니며 왕성한 작품세계를 펼쳤다.
기존에 있는 백남준 관련 미술관과 달리 이곳 백남준 기념관은 작가의 작업이 있기보다 전시장 자체가 백남준을 기억하는 곳이다. 백남준이 1932년부터 1950년대까지 유년시절을 보낸 예전 창신동 큰대문집 터 안 작은 한옥 한 채가 기념관으로 지정되었다. ㄷ자 한옥인 기념관을 들어가는 대문에는 문의 모양대로 스크린이 붙어 있고 무작위로 광고가나온다. 이는 TV로 작업을 했던 백남준을 오마주한 감상돈의 작업이다. 아담한 마당에서 통유리를 통해 안채가 훤히 보인다. 이러한 투명함은 관객들에게 숨김없이 백남준을 소개한다.
전시장에는 큼직한 패널들 속에서 ‘백남준 이야기’ (2017) 을 읽을 수 있다. 1984년 백남준이 잠시 귀국을 한 시점에서 그의 유년의 기억과 작가의 예술세계의 연결한 자료들이다. 백남준의 드로잉과 그 당시 서울의 교통상황, 지인의 회고들과 큰대문집 에서의 생활, 어릴 적 들었던 음악과 문학작품을 통해 백남준을 더욱 알아갈 수 있다. ‘백남준 버츄얼 뮤지엄’ (2017) 은 예스러운 TV장에 다이얼로 채널을 돌려야 하는 TV가 있다. 그 앞에 아담한 벤치에 앉아서 다이얼을 돌리면 그 건너편 디지털 화면에 백남준의 연대기, 작품, 연대 전시, 어록들이 파노라마처럼 나온다.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이다. 곳곳 현재 작가들이 백남준를 오마주한 작업이 배치 되어 있다. 벽 한가운데 붙여져 있는 다이얼이 장착되어있는 TV를 들여다 볼 수 있다. 그 안에는 유리구슬과 다른 장식품 너머로 건너편에 있는 카페가 나온다. 새삼 일상이 신비로워지고, 백남준의 작업세계처럼 유쾌한 공간이다.
글 남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