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 살아가는 법

누군가의 엄마이자 아내, 며느리인 작가 이선민이 비슷한 역할로 살아가는 한국 여성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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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선민은 사진관을 운영하던 아버지 덕에 카메라가 가장 익숙한 매체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여자의 집 II’ 시리즈는 1996년 결혼한 작가가 한국의 전통적인 가족 문화를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작업이다. 어머니와 아내가 마련한 음식으로 차례를 지내는 남성들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는 한국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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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의성, 양양, 청양 등 전국 곳곳의 가정을 방문해 2-3일 정도 해당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보통 3세대 이상이 함께 모여 명절이나 제사, 생일 등의 가족 행사를 보내는 모습이다. 작품 속 가족들의 표정은 대체로 건조하다. 카메라를 응시하는 인물도, TV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도 광고에 나오는 이상적인 가족의 웃음을 짓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불행해 보이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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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함께 생활하며 촬영을 진행하다 보니,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족들이 카메라나 조명 빛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전한다. “과장된 웃음이나 표정으로 가족의 정체성을 제한하길 원하지 않았다”는 그녀는 ‘진짜 가족’의 모습을 작품 안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가 사진을 통해 가부장제의 부정적인 측면을 고발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녀는 전통적인 가정의 모습에서 발견되는 ‘모성’과 ‘돌봄’의 가치에 주목한다. “저는 20여 년 가까이 여성과 가족을 모티브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명절 문화가 가진 긍정적인 가치가 여성의 지나친 가사노동이나 불평등한 제도 등으로 인해 소멸되기를 원하지 않아요. 가족 구성원과 사회가 이 가치를 보편적으로 수용하는 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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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여자의 집’을 발표한 것은 2004년. 10년이 넘는 동안 한국의 명절문화도 많은 변화를 맞았다. 하루 종일 전을 부친 어머니들은 더 이상 자신의 딸과 며느리가 본인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바라지 않는다.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형제들이 음식을 배분해서 장만한 뒤 한 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가족도 많아졌다. 그럼에도 사진 속 이들처럼 많은 가정의 부엌에서 가장 분주한 이들은 여성이다. 작가는 그녀의 작품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이 사진 속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좀 더 적극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읽어내기를 소망한다. 여성이 꼭 누군가의 아내이거나 며느리일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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