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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선 작가가 대한공간 풀에서 <해피투게더> 사진집을 공개한 시기는 2002년. 당시에는 영화관에서 동성애의 비애를 다룬 왕가위의 <해피 투게더>(1997)가 상영되고 있었고, 한국 여성과 외국 남성이 비자 문제 없이 결혼할 수 있었다. “남편과 결혼을 했을 때 그에게 배우자 비자가 나오지 않았다.” 1994년에 독일 남자와 결혼한 김옥선 작가가 당시 상황을 설명한다. “반대로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배우자에게는 비자가 나왔다. 여자가 사랑을 찾아 외국인 파트너와 결혼하고, 한국에 산다는 것은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국제 결혼을 한 한국 여성들을 사진의 주인공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국제 부부의 초상을 담은 사진집에는 셀프타이머로 촬영한 김옥선 작가 부부도 있다. 그녀는 부스스한 아줌마 머리와 몸빼 바지 차림에 카메라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고, 남편 랄프는 카메라가 보이지 않는 듯 일인용 소파에 푹 파묻혀 다른 곳을 응시한다. 아마도 TV를 보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속 국제 부부에게는 드라마 같은 결혼이야기가 있지만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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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게더>는 고생담을 겨냥하지 않고 부부들이 현재 살고 있는 모습을 수수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친구, 혹은 친구로부터 소개받은 다른 국제 부부에게 작업을 설명하고, 인터뷰를 한 후 이들의 일상 속에 물들어 함께 하루를 보내며 촬영에 임했다. 각각의 부부들이 무슨 일을 하고, 어디에서 왔는지 사진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현순과 킵 부부의 집을 자세히 보면 낡은 벽지, 짐가방과 이가 나간 가구를 통해 부부의 이야기를 제법 비슷하게 상상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 일년씩 계약을 하며 영어 선생으로 일하는 킵과 현순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아파트에 살고 있고, 당장 이사를 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벗겨지는 벽지를 다시 바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자화상 한 장만 보면 작가의 결혼생활을 작업의 소재로 이용한 공개 일기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진 한 장이 사진집의 한 부속품으로 수록되는 순간, <해피투게더>는 ‘개인을 위한 작업’의 틀에서 확장되어 한국의 한 부부상을 그린다. 이로써 사진이 아무리 이국적이고 생소하더라도 관객이 사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결혼 경험이 있다면 더더욱. 글 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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