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안으로 한참 걸어 들어가면 북쪽 끝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 숨겨진 공간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궁궐 속 작은 도서관으로 변신한 집옥재다. 고종황제가 개인 서재로 사용하던 집옥재, '옥처럼 귀한 보물을 모은다'는 이름처럼, 보물 같은 책이 가득하다.
우선 경복궁 안의 다른 궁과는 이질적인 양식이 인상적이다. 1891년 그 당시 가장 ‘현대식’으로 지었다는 집옥재는 개인 서재 이외에도 외국사절을 접견하는 장소로도 사용되었다. 외관의 화려함은 내부에서도 이어지는데, 천장에 새겨진 정교한 연꽃무늬와 꽃 조각들이 정말 멋있어서 계속 감탄을 자아낸다. 이 공간을 보물처럼 여겼을 고종황제의 세심함이 돋보인다.
2016년 4월에 작은 도서관으로 개방된 집옥재에는 다양한 서적을 비치해두었다. 비치된 책은 주로 조선의 역사와 조선시대 위인에 관련된 책이 다수고, 한자로 쓰여진 고서도 있다. 그리고 정약용 시험답안지, 프랑스 대통령에게 보내는 고종의 국서 등의 유물도 볼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서는 인기 있는 우리나라 문학책의 영어, 중국어, 일본어 번역본도 마련해두었다. 대출은 할 수 없고 책 열람만 가능하다. 바닥에는 카펫을 깔아놔 꼭 실내화로 갈아 신고 다녀야만 한다. 고즈넉하게 마련된 곳곳의 독서 공간에서 책을 읽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이곳에서는 전혀 더위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시원하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지만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그 무엇보다 시원하다. 예로부터 풍수지리설에 맞추어 세심하게 지어진 건축의 힘이 새삼 느껴진다.
바로 옆 고종의 쉼터로 사용되었던 정자 팔우정은 현재 북카페로 운영 중이다. 집옥재 오픈시간에 맞춰 전통 다과와 차, 그리고 커피 등을 판다. (참고로 고종은 커피 마니아였다) 위엄있고 여유롭지만 어딘가 모르게 숙연함을 느끼게 되는 건, 아마 계속되는 불운과 일본의 횡포 등에 힘없이 망국을 지켜봤던 고종황제의 고민과 설움이 느껴져서인 듯 하다. 이런 보물 같은 곳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한국인임이 괜시리 뿌듯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