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승효상 건축가는 서울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으로 종묘를 꼽았다. 그 중에서도 종묘 안의 중심건물인 정전 앞의 넓은 마당, ‘월대(月臺)’를 절대적인 아름다움의 공간으로 보았다. 100m에 달하는 기다란 정전의 장엄하면서도 절제된 건축미도 뛰어나지만, 이 앞에 완벽히 비어있는 월대 때문에 종묘는 극도로 아름답다고 했다. 종묘는 조선시대 역대의 왕과 왕비들의 신주를 모셔놓은 왕가의 사당이다. 그곳에서 1m 내려온 곳이 월대인데, 이 비어있는 중간의 영역에서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난다. 일상의 삶을 사는 아랫부분에서는 1m를 올라와야 하는 공간 월대. 1년에 두 번 종묘대제와 사직대제가 이 종묘 안 월대에서 열리는데, 전통 복식뿐만 아니라 음악과 악기 편성까지 체계적으로 고증한 의식이라, 꼭 챙겨볼 만하다. 비움의 미학을 보여주는 건축 공간답게 평상시에는 되도록 사람이 없는 시간에 찾으며 좋겠다. 문을 연 이른 아침이나, 비가 부슬거리는 날 오후 네 시즘. 그때(비오는 오후) 혼자 돌마당 위에 서게 되면 벅찬 감동이 몰려온다고, 일찍이 승효상 건축가는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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