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하시겠어요?” 바텐더가 물었고, 같이 간 친구는 “마시고 나면 뭔가 기분이 확 좋아지는 칵테일 없을까요? 여기가 콱 막혀있거든요. 참, 저는 프란젤리코가 들어간 술을 좋아해요.” 라고 말했다(그녀는 남자친구 때문에 지금 살이 10kg나 빠진 상태였다). 바텐더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뭔가를 탁탁 만들기 시작했다. 칵테일은 커피잔에 담겨나왔고, 하얀 거품이 살짝 올라와 있었다. 누군가 술이라고 말을 해주지 않는다면, 그냥 밀크티처럼 보일 것 같은 모양새였다. 이름도 없는 이 술을 한 모금 마셨는데, 이럴 수가, 정말 맛있었다. 한없이 가라앉은 기분이 둥 떠오르는 맛이랄까.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술이라고 한, 내가 주문한 칵테일은 바텐더의 말처럼 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뭔가를 자꾸 음미하게 만드는 술이라 먹을 만했다. 하지만 나 역시 기분을 한껏 좋게 만들어주는 친구의 칵테일에 자꾸 눈독을 들였다. 손님의 모호한 주문에도 맛깔스럽게 나온 칵테일 덕분에 나는 이곳이 단번에 좋아졌다. 글래드호텔 1층에 있는 마크티 바였다. 위스키를 사랑했던 미국의 유명 소설가 마트 트윈을 모티브로 했고 바의 이름 역시 그의 이름을 땄다. 두꺼운 <허클베리 핀 모험> 책 사이에 술 리스트가 들어있는 메뉴판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재치있는 메뉴판. 잘 알려진 싱글몰트 위스키에서 국내에는 공식적으로 수입되지 않던 인디펜던트 위스키 보틀 셀렉션을 즐길 수 있는 곳이며, 무엇보다 월드클래스 한국 챔피언 출신인 전문 바텐더, 서성태 매니저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커버차지가 없는 대신 잔당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지만, 나는 기분이 울적할 때 이곳을 올 것이다. 그 이름도 없는 칵테일을 마시기 위해서.
Time Out 의견
상세내용
- 주소
- 글래드호텔
- 여의도동 17-5 1층
- 영등포구
- 서울
- 가격
- 바텐더스 칵테일 1만7000원~1만9000원
- 운영 시간
- 주중 18:00-02:00, 주말 18:0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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