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에 있던 볼트+82(지금은 청담동으로 자리를 옮겼다)의 자리에 2015년 말 새로 문을 열었다. 소하는 ‘사우스하버(South Habour)’의 줄임말로, 남쪽 항구에 정박한 배(요트)를 콘셉트로 한다. 칵테일 역시 지중해 인근 나라에서 영감을 받은 각국의 시그니처 칵테일로 채웠다. 소하는 르 챔버의 엄동환, 임재진 대표가 만든 세 번째 공간으로 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오픈 초기부터 이미 입소문을 모았다. ‘그들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곳의 시그니처 칵테일 ‘이탈리안 플레이보이’을 맛보는 순간 그런 의문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탈리아의 증류주인 아마레또 리쿼가 들어가고, 맨 마지막에 뿌린 설탕을 토치로 열을 가해 카라멜라이즈 시킨다.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동공이 커지게 만드는 이 맛은 그야말로 이탈리아의 플레이보이처럼 달달하고 한눈에 홀딱 반할 맛이다. 칵테일은 모두 훌륭하고, 곁들여 시킨 음식도 다이닝 바 콘셉트에 충실한 매우 훌륭한 맛이었다. 공간은 1층과 VIP를 위한 2층과 3층, 시가를 피울 수 있는 야외 테라스 자리가 있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라벤더와 시나몬을 태운 향을 3시간마다 바의 이곳 저곳에 뿌리는 바텐더의 모습. 맛과 서비스는 물론 오래 기억할 만한 향을 각인시키는 이곳은 근래에 찾은 가장 괜찮은 바다. 글 이동미
요즘 서울은 간판 없는 바가 장사가 더 잘 된다. 문 대신 묵직한 서재가 수수께끼를 내는 바에서 꽃집 속에 숨어 있는 '앨리스'까지, 네이버에 주소를 찍고 가도 위치를 알 수 없는 바들이 여럿이다. 그렇다면 스피크이지 바는 어떻게 생긴 걸까? 1920년대 미국은 술을 팔 수 없는 금주령 시대였다. 몰래 술을 팔던 바들은 바텐더들이 술을 거래할 때 ‘조용히, 들키지 않게 말'을 하며 경찰의 단속을 피하고자 했다. 또한 이발소, 꽃집, 학교 앞 구멍 가게 등 의심을 사지 않을 만한 가게 뒤에 몰래 바의 공간을 만들고, 간판을 걸지 않았으며, 심지어 암호도 있었다. 이런 스피크이지 스타일의 바가 최근 2~3년 사이, 새로운 바 스타일로 세계적으로(특히 아시아) 유행하기 시작한 것. 꼭꼭 숨어 있는 바의 문을 열었을 때 밀려오는 성취감은 스피크이지 특유의 매력이자, 이곳의 ‘술맛’을 제대로 맛본 단골 손님들이 공유하는 특권이다. 딱 잘라 말해 ‘특권’은 직접 헤매고 마셔봐야 몸소 느껴볼 수 있다는 말이다. 법이 만들어낸 낭만이라니, 술이 땡길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