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좋은 곳에서 마시는 술은 취하지도 않는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서울의 공기가 좋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습기 차고 냄새 나는 지하보다야 탁 트인 옥상이나 나무가 우거진 야외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훨씬 좋지 아니한가! 게다가 지금은 여름! 탁 트인 야외에서 밤바람을 맞으며, 혹은 도시의 불빛이 우주의 별처럼 펼쳐지는 서울의 야경을 감상하며 여름밤을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장소들을 모았다.
루프톱 바
콘래드서울의 9층에 내리면 일단 당황하지 말 것. 분명 스카이라운지 바를 가려고 내렸는데, 콘래드 스파의 로비가 먼저 나오기 때문. 하지만 친절한 직원이 라운지 바로 가는 통로를 바로 안내해준다. 여름에만 한시적으로 문을 여는 버티고 라운지 바는 9층에 위치해 있어서 그리 전망이 좋지는 않다. 보이는 건 초고층 빌딩 뷰? 하지만 하얀색의 폭신하고 널찍한 소파에 반쯤 눕듯 기대어 앉아 와인을 홀짝거리다 보면, 여기가 서울인지, 외국의 어느 호텔인지 경계가 흐릿해진다. 게다가 빌딩 사이로 엄청나게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열대야를 식혀준다. 무엇보다 적당히 비트 있고 감각적인 DJ의 음악이 정말 좋다. 버티고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준다. 매주 목요일 저녁에는 라이브 밴드 공연도 열린다.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알려주는 공간이다. 술값 또한 매우 합리적이다. 와인 한 병이 7-8만원 대에서 시작한다. 시저 샐러드를 비롯, 레몬향 닭고기 튀김, 허브에 재운 돼지고기 삼겹살 등의 그릴요리는 버티고의 대표 메뉴로 2-3만원대로 구성되어 있다. 이른 저녁 시간에는 여의도 주변 회사원들의 회식 장소로 인기가 많고, 밤 10시가 넘어가면 분위기는 좀 더 느긋해진다. 둘만 앉을 수 있는 등나무 의자는 로맨틱하다. 다음엔 늦게 와야겠다.
이태원 우사단로 끝자락에 문을 연 새로운 음악공간이다. 개인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8만 장의 LP 컬렉션을 보유한 박인선이 셀렉트한 다양한 음악 장르의 중고 바이닐을 듣고 살 수 있다. 몇 천원대의 LP와 1만원 안팎의 LP가 많아 놀라울 정도. 명반으로 꼽히는 국내외 희귀 LP에서부터 대중적으로 친숙한 앨범, 그리고 흔히 접할 수 없는 7인치 바이닐까지 다양하게 갖췄다. 공간 곳곳에 80년대에 생산한 텐테이블과 붐박스를 전시해놓고 있는데 이들도 대부분 판매하는 제품이다. 좁은 계단을 지나 2층에 올라가면 바이닐을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70년대 만들어진 핸드메이드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헤드폰이 아닌 공간 전체로 듣는 느낌이 색다르다. 다른 한켠엔 DJ 부스도 있어 주말에 파티가 펼쳐지기도 한다. 아티스트 임수미의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구경하는 재미는 물론 베트남 하노이 스타일의 반미 샌드위치와 에그 커피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옥상에서 즐기는 야경도 끝내준다! 남산타워부터 한강까지 한눈에 들어오는데 맥주나 와인도 한잔할 수 있다.
술을 즐기기 좋은 색다른 장소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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