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평 정도의 어둑한 지하 공간에서 스테이크와 칵테일을 전문으로 한다는 옥스 바의 프로필은, 실력 있는 믹솔로지스트와 세심한 홀 서빙 매니저, 그리고 장인정신을 가진 주인에 의해 손님을 위한 특별한 경험으로 나타난다. 조금은 비밀스럽게 펼쳐진 계단을 따라 바 내부로 들어서면 푸줏간을 연상시키는 공간이 먼저 눈에 띈다. 물론, 장식의 용도는 아니다. 한 마리씩 들여온 소고기가 세심한 손질을 거친 후 최상의 상태에서 조리돼 나오는 이곳에선 꼭 필요한 공간이다. 앉은 직후 서빙되는 웰컴 드링크는 송송 썬 대파가 띄워진 한국식 곰탕. 콘셉트를 위한 장치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뜨끈한 국물을 한 숟갈 뜨니 서울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수준의 정직하고 깔끔한 맛이다.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은 이태원에는 '볼 것'이 정말 다양하다. 터키 아이스크림 좀 먹어보라며 막대에 걸린 아이스크림 콘을 들이미는 아저씨도 (처음에는) 재미있고, 술 취한 외국인들이 팝송을 떼창하는 모습도 (내가 기분 좋으면) 인상적이다. 딱 붙는 나시를 입은 남녀들이 가장 많은 동네이기도 하며, 이색적인 바와 펍도 서울 어느 곳보다 밀접하게 자리해 있다. 수제 맥주 마시고, 이국적인 안주를 먹을 수 있는 곳은 모두 이태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