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위에는 4개의 와인 잔이 놓여 있었다. 와인 테이스팅을 위한 익숙한 테이블 풍경이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와인이 아닌 맥주. 이탈리아 서쪽, 사르네냐(Sardengna) 섬에서 나는 ‘발리(Barley) 브루어리’의 맥주 네 가지를 테이스팅하는 날이다. 테이스팅만 하는 것이 아니라, 파크하얏트의 레스토랑 ‘코너스톤’에서 이탈리안 요리와 함께 페어링을 하는 것이 콘셉트다. 네 가지의 파스타 및 리조또에 맞춰 각기 다른 맥주를 마시는 저녁. 파스타와 와인은 흔한 궁합이지만 파스타와 맥주 페어링은 그리 흔한 조합은 아니다.
“프랑스인에게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어느 시간이든, 즐거워야 하죠. 오늘 테이스팅 할 잔들이 앞에 많이 놓여 있는데, 신경쓰지 마세요. 순서를 지킬 필요도 없고요. 그냥 재미있게 마시고 즐기시면 됩니다.”
발리 브루어리 맥주를 수입하는 카보드(Kavod)사의 피에르 코엔아크닌( Pierre Cohen-Aknine ) 씨의 유쾌한 인사말이 시작을 알렸다. 프랑스인이라면 와인이 더 친숙할 듯한데, 레스토랑에서 맥주도 와인처럼 나눠 마시고, 음식과 페어링도 해보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 맥주에 손을 댔다고 했다. 발리 브루어리는 니콜라 페라(Nicola Perra)와 이시도르 마시아(isudir Mascia)가 고품질 수제맥주에 대한 열정으로 만들기 시작한 이탈리아의 크래프트 맥주다. 사르데냐 섬에서 나는 갖가지 과일과 허브를 이용해 만든다. 사파(Sapa)라는 인공감미료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인데, 사파는 사르데냐섬에서 나는 칸노나우 포도가 주재료로 쓰인다. 모든 맥주를 저온살균하고, 필터링하지 않아 병 안에서 한 번 더 발효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도 특징이다. 발리 맥주의 맥주병은 흡사 와인병처럼 생겼다. 맥주잔이 아닌, 와인 잔에 따라 마시는 것도 와인을 닮았다. 앞에 놓인 네 개의 잔에 맥주가 채워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