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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히토의 친척뻘인 카이피리냐는 쿠바인들이 즐겨 마시는 럼이 아닌 브라질 전통주가 들어간다. 쉽게 봤다가는 금세 얼굴이 민망해질, 도수가 있는 칵테일이라는 소리. 카차카로 맛을 내는 게 정석이지만, 류성현 바텐더는 프란젤리코로 헤이즐넛 향을 더했다. 티라미수를 먹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농도가 진해, 디저트 칵테일이라는 게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아직까지 카이피리냐를 접해본 적이 없다면, 일단 ‘전통 버전’부터 마시는 게 순서다. 카이피리냐의 변신은 원조를 맛봐야, 정말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프란젤리코 카이피리냐는 1만6000원.
키 작은 여자가 쥔 주먹만 한 크기의 마티니 잔에 나오는 핑크빛 칵테일은 믿기 힘들겠지만 헤밍웨이가 가장 즐겨 마신 술이다. 평소 칵테일을 마시는 편이라면 소화하기 힘든 사랑스러움과, 아쉬운 양에 거부 반응을 보일 수도 있지만 맛은 전혀 여성스럽지 않다. “원래 아주 드라이하게 마시는 칵테일이에요.” 바텐더 박민수가 원래는 들어가지 않는 자몽 비터를 넣으며 말한다. 향긋하지만 먹기 편하고, 뒷맛은 절벽처럼 뚝 떨어지는 게 이중적인 매력을 갖춘 와이낫의 시그니처 칵테일. 메뉴에 없으니 궁금하다면 이름을 꼭 기억해둘 것. 헤밍웨이 스폐셜은 1만5000원, 커버차지 5000원.
2013년도 페르노리카 바텐더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한 칵테일은 당시 수상을 했을 때와 달리, 손이 조금 더 많이 간다. 허브를 증류해 만든 진비피터에 바질을 우려내고, 스피어민트를 으깨는 손석호 바텐더를 보면 바로 이해가 갈 것이다. 대회 때 시간에 쫓겨 만든 허브 빌리지는 김렛이라는 칵테일을 초점으로 만들었지만, 브로콜리 주스를 넣어 도수를 낮추고, 싱그러운 ‘풀맛’을 살렸다. 술이 든 건강주스를 마시는 기분이랄까? 앳된 초록빛으로 빛나는 허브 빌리지는 첫잔이 곧 막잔인, 술이 약하지만 티 내기 싫은 여성들에게 추천한다. 허브 빌리지는 2만7500원.
톡 쏘는 하이볼 스타일 칵테일은 보통 몽둥이같이 묵직한 얼음을 사용하는 게 특징인데, 피트 크러시는 이름 그대로 피트 향이 강한 아드벡 10년산 위스키에 크러시한 얼음을 잔뜩 쌓아 나온다. 색다른 맛을 갈구하는 단골 손님의 주문에 박시영(서울에 몇몇 없는 여성 오너 바텐더다)이 자리에서 툭 내놓은 칵테일이다. 홍어를 사랑하게 된 사람이라면 피트 향의 진가를 첫잔에 알아볼 수도 있겠지만, 아드벡은 소독약 향이 입에 가득 퍼지는 독주라는 것을 미리 경고한다. 맨날 시켜 먹는 똑같은 위스키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피트 크러시를 시켜라. 하루키처럼 피트 향에 반하게 되면 아일라 섬행 티켓을 끊을 확률이 높다. 피트 크러시는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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