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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강북에서는 포시즌스 지하에 있는 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1920-30년대 금주법 시대에 유행하던 스피크이지 스타일 바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찾기가 쉽지 않다(호텔에는 바가 두 군데가 있으니, 지하의 바를 찾을 것). 찰스 H라는 바의 이름은 미국의 작가인 찰스 H. 베이커의 이름에서 따왔다. 금주법 시대에 기자로 활동한 그는 카이로, 쿠바, 상하이 등을 여행하면서 도시의 독특한 술을 기록했는데, 찰스 H 바는 당시의 레시피에 주목하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데스크에 있는 여직원이 게스트의 이름을 먼저 묻고 웰컴 드링크로스파클링 와인 한 잔을 내준다. 한 모금 마시며 기다리면 바로 안으로 안내되는데, 사실 이곳에는 두 개의 문이 있다. 마호가니 목재를 사용한 고풍스럽고 화려한 실내는 마치 시공간을 거슬러 1920년대의 뉴욕으로 온 듯한 느낌이 가득하다.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소파 자리에서는 실내가 한눈에 들어오지만, 역시 가장 좋은 자리는 바텐더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ㄱ자의 바다. 근사하게 차려입은 커플들이 눈독 들여 앉는 인기 자리이기도 하다. 헤드바텐더 크리스 라우더는 찰스 베이커가 기록한 여러 도시의 레시피에 주목했고, 쿠바, 상하이 등에서 경험한 칵테일을 재해석한 메뉴에서 새로운 시그니처 칵테일까지 선보인다. 남자들을 위한 굳건한 술 맨해튼은 1870년과 1917년, 2002년의 레시피의 각기 다른 스타일로 만들며, 테이스팅하듯 세 잔으로 나눠져 있는데 오른쪽 잔으로 갈수록 독해진다. 또 고심 끝에 고른 베네주엘라 럼과 블랙 참깨, 꿀, 스카치 위스키, 크림이 들어가는 ‘상하이 브렉퍼스트’는 재료의 균형감이 돋보이는 훌륭한 칵테일이었다.
요즘 가장 핫한 동네 익선동에 문을 연 와인 바. 사실 ‘바’보다는 ‘와인 포차’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곳으로 주인장은 저렴하고 우수한 품질의 와인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동네가 뜨기 전부터 주변에 자리 잡고 있던 게이 바들 덕에 예쁘게 차려입은 게이 친구들이 와인잔을 기울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주변에 게스트하우스와 호텔들이 포진해 있어 여유로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외국인 여행자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치 바르셀로나나 방콕의 골목길에 있는 노천카페 같은 분위기다. 서울의 중심에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즐기며 와인 한 잔 마시고 싶을 때 ‘시집’을 떠올리자.
몇 번이나 이곳을 방문했지만 올 때마다 길을 잃게 되는 혜화동 구석진 곳에 위치해 있다. 가게 이름과는 다르게 한옥집을 개조한 곳으로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나라의 맥주를 내놓고 있다. 맥주에 복숭아 과즙을 첨가한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죄인(Pecheresse) 이라는 이름을 붙인 린데만스 페슈레제를 비롯해 진하고 부드러운 풍미가 매력적인 트리펠 카르멜리엇 등 메뉴판엔 맥주에 대한 소개까지 친절하게 표기해두었다. 이곳이 다른 곳들과 가장 다른 점은 혼술족이 많다는 점. 여유롭게 마당에 홀로 앉아 따스한 볕을 받으며 노트북의 자판을 두드리거나 이어폰을 꽂고선 맥주 한 잔을 홀짝거리며 멍하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무래도 이곳 특유의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맥주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파는 포트와인도 훌륭하니 꼭 맛보도록 하자.
혜화동에 새로 생긴 수제 주류 바 '믹스 앤 몰트'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마치 친구 집에 놀러온 것 같은 편안한 분위기에 취해 앉아 있노라면, 직접 재배한 향료와 허브를 이용해 이 동네에서 제일 잘 나가는 칵테일을 만들어준다. 메뉴가 어찌나 철저한지, 여기서 무얼 마실까 고르려면 하루치 고민은 다 한 기분이 든다. 기본적인 건 다 갖춘 데다가, 믹스 앤 몰트는 시시때때로 바뀌는 모히토 메뉴 등 특색 있는 자체 개발 메뉴와 제철 특별메뉴도 선보인다. 음료 하나를 만드는 데에 많은 정성을 쏟아붓고 있기에, 다른 바에 비해 제조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 그러니 기다릴 각오 정도는 하고 가야 한다. 다행히 보드게임과 비디오 게임, 셔플보드 테이블 등 기다리면서 심심하지 않을 정도의 오락거리가 마련되어 있다. 2층에는 아늑한 벽난로도 하나 있어서, 추운 겨울이 되면 그냥 여기서 살고 싶을 정도다.
을지로만큼 80년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 있을까?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빌딩에서부터 청계천을 따라 빼곡하게 이어지는 공구상가들. 그리고 을지로 지하상가에서 만나게 되는, 한때는 익숙했지만 지금은 너무 어색해진 음반가게나 표구 가게까지. 이러한 레트로 분위기는 을지로 3가 근처 수표동에 위치한 에서 그 정점을 찍는다. 적막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골목의 오래된 건물 5층에 있는 이곳을 찾기 위해 계단을 오르다 보면(당연히 엘리베이터는 없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수상한 분위기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화려한 네온사인에 먼저 눈이 휘둥그래진다. 본래 전기기술 학원으로 사용되던 곳을 주인장들인 사진가 이윤호와 미술가 이병재가 발견하여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는데 낡은 벽면, 무심한 듯 배치한 오래된 테이블과 집기 그리고 이곳을 대표하는 오브제인 천장에 달린 신도시 간판(낙원상가 앞 식당의 네온사인 간판을 직접 떼다 달았다) 등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재미가 느껴진다. 특이한 공감만큼이나 특별한 행사도 꾸준히 열린다. 언더 뮤지션들의 라이브 공연은 물론 독특한 콘셉의 파티들이 꾸준히 기획되고 있는데 지난 할로윈엔 디제잉과 공포영화가 새벽까지 계속되는 ‘신도시 새벽 기도회’ 파티가 열렸다. 옥상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경치 또한 이곳만의 볼거리이니 결코 놓치지 않길 바란다.
원래 있었던 것처럼 스며들고 싶어 개업식도 안 하고 조용히 들어왔다는 박지호 대표는 일주일 내내 문을 여는 것에 대해 “생각만큼 바쁘지 않다” 고 말하며 웃었다. 왜 이름이 거북이슈퍼냐고 누가 물어보면 “충청도 출신이라 느려서 그래요” 라고 장난스럽게 말하지만 사실은 바쁜 서울 사람들이 이곳에서 여유를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가끔 사람들이 술집으로 오해하지만, 이곳은 옆집 꼬마가 사탕을 사러 오고 앞집 아저씨가 담배 사러 오는 엄연한 슈퍼다. 그리고 어린 시절 가게 모습을 떠올린 박지호 대표가 먹태와 쥐포 등의 안주를 연탄불에 구워 주는 가맥(가게맥주)집이기도 하다. 국산맥주만 들여놓고 맥주를 시키면 매일 트는 밥 말리 노래를 패러디해 냉장고에 붙인 스티커 ‘No Cup, No Cry’에 따라 예쁜 컵을 준다. 이곳에서 맥주만 마실 수 있는 건 아니다. 과자나 컵라면을 먹으며 쉴 수 있다. 참고로 제일 잘 나가는 아이스크림은 ‘거북이알’.
런던에서 오랫동안 사진작가로 활동하다 서울로 돌아온 루이스 박(Louis Park)이 종로구 익선동에 새로 만든 카페 겸 바다. 오래된 한옥을 개조하면서 그가 가진 작가로서의 감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오래된 기와로 한쪽 내벽을 쌓았고, 꽃무늬 방석과 자개로 만든 앉은뱅이 식탁들이 유럽의 가구들과 함께 자리해 있다. 빈티지와 식물에 유난히 큰 애정을 가지고 있는 루이스의 손길을 구석구석에서 발견할 수 있고 젊은 작가들이 협업한 작품들도 가구로 둔갑해 있다. 버터와 잼과 올리브를 따뜻하게 데운 크로아상과 내는 단촐한 메뉴들은 별로 특별할 게 없어 보이지만 손이 끊이지 않고 간다. 낮에는 카페로, 밤에는 바로 운영되며, 식물 안쪽에 건강한 피자를 선보이는 피자 바도 새로 문을 열었다. 익선동 이름을 알린 곳이다.
우선 이곳은 ‘호텔’이 아니다. 차와 맥주, 와인 등을 파는 카페인 동시에 세 명의 디자이너 이경연, 이나나, 원혜림 씨가 작업실을 겸하고 있으며 예술가들의 전시와 공연이 열리기도 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익선동 ‘식물’의 디렉터 루이스 박이 이곳을 꾸몄는데 모던하고 서구적인 이미지의 호텔에 한양의 중심이었던 을지로의 고전적인 이미지를 대변하는 ‘수선화’를 붙여 이름 지었다. 이 상반된 두 단어가 만나 묘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듯 공간에도 동서양의 조화가 잘 묻어난다. 꽃무늬 갓을 씌운 조명, 동양화풍 꽃 그림, 자개 테이블 등 이질적이면서도 독특한 분위기에 카메라 셔터를 자꾸만 누르게 되는 곳.
궁서체는 함부로 쓰지 않는다. 꽤나 진지해 보이기 때문이다. 큰 궁서체로 ‘정종, 대포’ 라고 큼직하게 쓰여져 있는 간판은 참새집이 여간 진지한 집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이런 진지한 모습으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참새집에서는 정말로 괜찮은 사케와, 참새구이꼬치, 모래집 그리고 관자구이 등 다양한 꼬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완성된 요리는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흰 접시에 무심한 듯 툭 하고 내어 나온다. 모든 재료를 국내산으로 고집하는 참새집의 무심한 듯 시크한 매력은 단연 맛에 있다. 이곳의 인기 메뉴는 참새구이꼬치와 복어 지느러미가 들어간 히레사케. 고소한 참새구이와 따뜻한 히레사케 한 모금의 조화는 먹는 사람마저 차분하게 만든다. 비로소 참새집의 간판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요즘 서울 시내에서 가장 핫한 호텔 루프톱 바를 꼽으라면 단연 L7명동의 플로팅 바일 것이다. 관광지로 번잡한, 그래서 우리는 오히려 자주 가지 않는 명동에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부티크 호텔로 문을 연 L7명동의 꼭대기층(21층)에 자리해 있다. 바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탁 트인 공간감. 실내보다 야외가 두 배 이상 큰 이 루프톱 바는 전체 면적이 130평으로, 국내 루프톱 바 중에는 최대 규모를 뽐낸다. 특이한 것은 높은 벽면과 구조물을 세워 웅장한 기운을 만들고, 야외 공간 안에 풋스파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있다는 것. 이 야외 공간에서는 남산 N타워가 또렷하게 보이고, 명동성당과 청계천에 이르는 화려한 야경도 펼쳐진다. 매끄러운 대리석과 모던한 조명, 색색의 병으로 가득 찬 실내의 바도 편안하고, 다양한 와인과 샴페인 크래프트 비어, 칵테일 등을 즐길 수 있다. 플로팅만의 특별한 술이라면 36가지의 진으로 만드는 진 칵테일. 진토니카 메뉴라 부르는 이 진 칵테일들은 각각의 진이 가진 특성과 어울리는 허브나 과일을 조합해 풍성한 보르도 와인잔에 낸다. 별 기대 없이 먹은 바의 메뉴도 좋았고, 레스토랑처럼 코스메뉴로 즐길 수도 있다. 플로팅의 인기는 올여름 서울의 밤을 더욱 뜨겁게 달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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