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좋아하는 친구는 쉬는 날이면 책 한 권을 들고 바에 갔다. 그곳에서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할 때도 있다고 했다. 함께 경험해본 바, 채도가 낮은 조명과 잔잔한 재즈 음악, 약간의 소음, 그리고 적당한 술은 책을 읽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책바는 책과 술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이름 그대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바’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이용지침 중 하나가 ‘대화는 조용히’다. 바가 시끄러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4인 이상의 손님은 입장할 수도 없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작은 서점처럼 아담한 공간이 보인다. (이곳에 진열된 책을 구매하거나 대여할 수 있다.) ‘생각보다 작네’라는 생각이 들 즈음 주인장이 책장 한 켠에 숨겨진 버튼을 알려준다. 이 버튼을 누르면 책장이 옆으로 밀리며 안쪽의 숨겨진 바가 드러난다.
책바의 메뉴 또한 책과 연관되어 있다. 짧은 시 한 편을 읽으며 마시기 좋은 도수 높은 술, 에세이 한 권을 읽으며 마시기 좋은 적당한 도수의 술 등 읽는 책에 따라 어울리는 술을 제안한다. 책에 등장한 술을 마실 수도 있는데, 책처럼 만들어진 도톰한 메뉴판에는 술과 그 술이 등장한 책 속 글귀가 함께 적혀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 노르웨이의 숲 >에 등장한 보드카 토닉을 소개하며 “가끔 사는 게 괴로우면 여기 와서 보트카 토닉을 마셔.”라는 대화를 담는 식이다. 어떤 술을 마실지 고민된다면 주인장에게 물어보면 된다. “라임이나 레몬이 들어간 상큼한 맛에 달지 않은 거요.”라고 주문하자 주인장은 < 위대한 개츠비 >에 나온 칵테일이라는 말과 함께 진 리키를 권했다. 진 리키를 받아 들고, 책장에 꽂힌 < 위대한 개츠비 >를 꺼냈다. 책과 술을 좋아한다면 꼭 가봐야 할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