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자동의 한적한 골목. ‘이곳에 밤에 문 연 곳이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 때쯤 눈길을 끄는 한 바를 만나게 된다. 유리 벽을 통해 들여다 보이는 한옥 구조와 적당히 어두운 내부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람들의 모습이 발길을 끄는 바, 코블러다.
안으로 들어서니 군데 군데 위치한 기둥과 함께 한옥 내부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주문을 하기 전 먼저 나오는 것은 밀가루 반죽에 과일을 넣어 만든 디저트, 코블러. 블루베리와 함께 먹음직스럽게 구웠다. 웰컴 디쉬로 내는, 바와 같은 이름의 디저트라니. 고풍스러운 멋이 있는 공간에서 벌써부터 편안함이라는 반전이 느껴졌다.
이곳에는 정해진 메뉴가 없다. 단정한 모습의 바텐더들은 중앙의 바와 한쪽에 위치한 두 테이블을 옮겨 다니며 손님의 마음에 들 칵테일을 제안한다. 도수는 어느 정도가 좋은지, 탄산은 괜찮은지 세심히 묻는 지향진 바텐더와의 ‘면담’을 통해 에디터가 첫 잔으로 마시게 된 것은 진 사워. 프랑스의 최고급 차 브랜드 마리아쥬 프레르(Mariage Frères)의 마르코 폴로(Marco Polo) 블렌드를 넣어 꽃과 과일이 조합된 화사한 향이 옅게 퍼진다. 단 몇 마디를 나눴을 뿐인데 에디터가 좋아하는 차를 칵테일로 맛보게 해준 능란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번째 잔으로는 탄산이 있는 칵테일이 좋겠다는 에디터의 말에 로빈 사장이 추천한 것은 진 피즈. 엄선된 화이트 와인과 코냑으로 만든 라 퀸티녜 버무스 로열 블랑(La Quintinye Vermouth Royal Blanc)을 넣어 라벤더, 로즈마리 등의 허브 향이 감돌게 만들었다. 그가 “끼를 부려 새로운 느낌을 냈다” 설명한 이 칵테일은 튀는 것은 없지만 눈이 뜨이는 맛. 이쯤 되니 코블러의 스타일을 알 수 있었다. 과하지 않지만 개성 있는 요소를 조합해 내는 것. 관심을 끌기 위한 술책이 아닌 한 잔의 만족스러운 구성을 위해 찾아내는 창의적인 해답들이다.
“와, 모히토 마시려면 여기 와야겠다.” 로빈 사장에게 모히토를 ‘선물’ 받은 한 손님이 감탄사를 연발하며 말했다. 서까래가 드러난 천정 아래, 낮은 키의 바에 앉아 손님들이 느끼는 것은 고풍스러운 편안함인 듯 했다. 이곳에 발을 들이기 전 에디터가 상상했던 약간의 무거움은 없었다. 한 모금에 기분이 좋아지는 칵테일과 함께, 격식 있는 따뜻함이 흐르는 이곳의 분위기 또한 연륜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고작 20년’ 경력이라 겸손하게 말하는 로빈 사장이 홍대에 위치한 로빈스 스퀘어에 이어 내놓은 또 하나의 바. 코블러는 오래된 진심이 있어 떠나기 힘든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