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이 채워지면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는 바 트웰브(Twelve)가 청담동에 3호점을 열었다. 술 마시고 엎어졌다가는 옆 사람 품에 코를 박을, 경리단길의 트웰브와 달리 청담점은 공간이 12명 이상이 되어도 넉넉한 공간의 매력을 뽐낸다. 스피크이지바 스타일로 꾸민 이곳은 모르고(혹은 술기운에) 갔다가는 간판이 잘 안 보여서 헤맬 수도 있지만, 트웰브를 상징하는 ‘XII’를 따라가면 친구에게 욕 먹지 않고 정문을 찾을 수 있다.
“손님이 원해서 청담에 바를 오픈한 건 아니에요.” 평소 직선적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는 오너 바텐더가 말한다. “경리단길에 있는 바는 거실에 있는 ‘홈 바’ 느낌이 나지만, 이곳은 편안한 집 같죠.” 마르시아노 체리에 빠진 듯 붉은빛을 띤 내부는 ‘청담 바’다운 규모와 세련미를 갖췄지만, 청담동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멋부림’은 시크하게 생략했다. 하룻동안 찻 잎을 탱커레이 진에 우린 ‘얼그레이 마티니’는 이리저리 도려낸 과일 하나 없이 간결하게 나오고, 표정이 일그러지면(그럴 일은 거의 없지만) 별 말 없이 새로운 칵테일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바에 콘셉트가 어디 있어요. 그냥 편안하게 마시고 가면 되죠.” 표정 변화가 별로 없는 주인이 덧붙인다. 커버 차지 없이 즐길 수 있는 향긋한 칵테일, 여자보다는 남자가 편하다는 바텐더, 그리고 예약 없이도, 여자 두 명이 와도 꿰찰 수 있는 아늑한 룸들. 오늘부터 자주 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바텐더에게 당부하며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