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루스 탭룸 & 비스트로 (닫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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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Out 의견

실제 문 연 기간보다 더 오래 그 자리에 있었던 듯 기억되는 곳들이 있다. 모습이 오래된 듯 보인다기보다는, 공간의 입지와 내공이 단단해서 그렇다. 서울 수제 맥주 신이 일어나던 초창기부터 활동해 온 이인호 대표가 운영하는 파이루스 탭룸 & 비스트로가 그런 곳이다. 올해 5월 3주년을 맞았는데, 탄탄한 내용에 비해 격식 없는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훌륭하지만 난해하진 않은, 그의 말을 빌리자면 ‘힘을 뺀’ 펍이다.

파이루스는 수시로 바뀌는 수입 맥주 라인업과 함께 이곳만의 계절 맥주를 갖췄다. 봄에는 파파야, 파인애플, 망고 같은 열대과일 향과 산뜻한 시트러스향이 어우러진 깔끔한 라거 맥주, ‘봄비 IPL’을 맛볼 수 있다. IPA 보다 완화된 쓴맛이 특징이다. 여름철 맥주는 허브와 풀, 꽃 향이 가득한 ‘원 모어 필스(One More Pils)’. 독일 홉만 사용하면서도, 미국 오레곤 주 포틀랜드 스타일의 필스너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결과는 원래의 독일식 필스너보다 깔끔하고 개운한 ‘미국식 독일 필스너’. ‘한잔 더(One more)’를 주저 없이 외치게 된다. ‘선샤인 IPA’도 지금 마시기 딱 좋은 맥주다. 망고와 파인애플, 시트러스 향이 부드럽게 입안을 감싼다. 다가오는 가을에는 다소 어둡고 깊은 맥아의 맛을 지닌 ‘호밀 브라운 에일’이 출시된다. 고소한 견과류와 은은한 커피 향, 그리고 호밀 특유의 알싸함이 섬세한 층을 이룬다. 겨울 맥주는 바닐라 카카오빈의 향미가 인상적인 카카오 스타우트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시그니처 맥주가 구비돼 있다.

“맥주는 출고된 후로부터는 매일 매일 맛이 없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어요. 이곳에선 포장판매를 하기 때문에 모든 맥주가 비교적 단시간에 소진돼죠.” 집에서 파티를 즐기는 이들이 늘고, 탭룸에서 마시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에 모든 맥주를 맛볼 수 있어 이곳을 마치 가게처럼 들러 포장해가는 손님이 많다. 이인호 대표는 적어도 1년에 한 번, 연구를 위해 미국 포틀랜드 양조장들을 방문한다. 관광 일정은 일체 없이 매끼를 맥주로 먹는 스파르타식 시음이라고. 다양한 벤치마킹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해왔기에 이렇게 탄탄히 커왔다. 파이루스의 맥주는 현재 위탁 양조 되는데, 앞으로는 양조장도 세울 계획이다. 또 어떤 창작물을 내놓을지 기대되는 대목.

‘맥주 마니아가 친구를 데리고 올 수 있는 곳’을 만들기 위해 음식에도 신경을 썼다. 대표적인 메뉴는 피자. 기본적인 마르게리타 피자와 함께, 매콤한 비프 칠리소스와 허브, 파스트라미가 올려진 피자 등 다양한 종류를 낸다. 피자 소스를 직접 만드는 등 정성을 들였다. 해산물을 넣은 로제 파스타도 만족스런 한끼가 된다. 하지만 가격은 부담이 없다. 파이루스에서는 음식 페어링과 바비큐 등의 행사도 종종 진행한다. 카르파치오, 오리 콩피 등을 곁들이는 흥미로운 미식 경험을 원한다면 파이루스의 SNS를 확인할 것.

상세내용

주소
이태원로 136-1, 지하 1층
용산구
서울
가격
원 모어 필스 5900원, 선샤인 IPA 6900원, 봄비 IPL 6500원, 게스트 탭 6900원~1만 원 대, 파스타 1만 4000원~2만 원, 오렌지 수비드 치킨 2만 3000원
운영 시간
월~금 17:00~24:00, 토 16:00~24:00, 일 16:00~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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