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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러 CGV를 자주 가는 편이다. 하지만 최근엔 갈 때마다 기분이 나쁘다. 지난 3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좌석 차등제 때문이다. 이미 논란이 됐고 계속 진행 중인 문제이기도 하다. 좌석 위치와 시간대에 따라 요금을 다르게 만들어놨는데, 문제는 가장 저렴한 이코노미 존과 스탠더드 존보다 제일 비싼 프라임 존 영역이 많아져, 실질적으로는 요금이 인상된 것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바뀐 좌석 차등제로 하면 주말 기준, 앞쪽 좌석인 이코노미 존은 이전보다 1000원이 싼 9000원, 스탠더드 존은 기존대로 1만원, 뒤쪽 프라임 존은 1만1000원을 받는다. 에디터가 찾은 CGV 용산 아이맥스관의 경우 이코노미는 65석, 스탠더드 174석, 프라임이 150석이다. 좌석수로만 봐도 스탠더드와 프라임 존이 별 차이가 없다. 1000원 할인이 되는 좌석은 1000원 비싼 좌석에 비해 절반도 못 미친다. 게다가 이코노미나 스탠더드석은 빨리 매진되므로 비싼 프라임석을 살 수밖에 없는 확률도 높아졌다. 프라임석이라고 해서 서비스가 더 좋아진 것도 없고. 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1주일간 서울시내 CGV 상영관 5곳의 좌석별 예약 상황을 조사했더니 이코노미석은 800명대, 프라임석은 1만500명에 달했다. 예매율도 싼 좌석은 평일 1%, 주말 20%인 데 비해 비싼 좌석은 평일 20%, 주말 60%에 달했다. 극장은 1주일간 9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고, 좌석당 평균 400원 이상의 인상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 감시센터의 결과다. CGV측이 실질적으로 100~200원 정도 인상된 것이라 밝힌 것에 비해 배가 넘는 가격이다. 좌석 차등제는 또 다른 문제도 낳고 있다. 영화가 시작하면 이코노미석에 앉아 있던 관람객들이 프라임석으로 이동하는 ‘메뚜기족’ 이 많아진 것이다. 일부 관람객은 프라임석과 이코노미석을 함께 예매했다가 영화 시작 직전에 프라임석을 취소하고 자리가 비어 있을 확률이 큰 그 자리로 옮겨 앉기도 한다. 하지만 누가 이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우리는 다 같은 메뚜기족 심정인 것을. 좌석차등제는 요금 인상의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관람객들은 좌석 차등제 사이에서 ‘호갱님’이 되었다. ‘선택의 폭이 넓어져 합리적’이라는 CGV 측의 입장과 달리, 시간을 자유롭게 낼 수 없는 회사원들은 넓어진 선택의 폭을 느낄 수 없고, 비싼 좌석을 사야 하는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바로 그게 화가 나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