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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0일, AP통신은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벤자민 교수의 기고문을 통해 1975년부터 1987 까지 부산에서 운영된 강제수용소 ‘형제복지원’에서 수천 명이 살해, 강간, 학대당한 사건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형제복지원은 정부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좀도둑, 정치범, 고아, 장애인 등을 수용한 시설 중 가장 큰 수용소였다. 수용 인원은 3000명이 넘었으며 1988년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용되어 10년 가까이 학대받다가 이곳에서 사망한 사람은 적어도 513명으로 발표됐다. 한 신입검사가 우연히 이곳을 발견한 후 1988년에 폐쇄되었다. 중요한 것은 한국정부가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지속적으로 방해해 결국 중단시켰다는 것. 이 사건 자체로도 우리 모두는 충분히 분노할 만한 일이지만, 우리를 더욱 공분케 하는 것은 한국에서 강간과 관련된 법이 너무 오랫동안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2008년, 8살 여아를 강간하고 폭행한 조두순 사건이 전국을 뒤흔들었지만, 범인은 겨우 12년 형을 선고받았다. 조두순 사건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악명 높은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2004년)도 최근에 다시 회자되었다. (그것이 <시그널>이라는 드라마 때문이었다는 게 여전히 가슴 아픈 일이지만.) 밀양 성폭행 사건에서는 한 명의 여중생이 44명의 남학생에게 집단 강간을 당했으나 가해자 중 누구도 형사상의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또 한번 분노했다. 여기에 한국에 놀러왔다가 강간 당한 호주 여성 에어드리 매트너(Aidre Mattner)의 이야기를 덧붙일 수 있겠다. 한국에서 강간을 당하고 경찰을 찾았던 그녀는 경찰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한국 경찰의 소극적이고 여성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태도에 대해 호주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고발하고 나섰다. 한국에서 성폭행 피해자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돕는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만일 당신이 스스로 강간 사건의 생존자이거나 그런 사람을 알고 있다면 이런 분노로 숨이 막혀버릴지도 모른다. 대마초 소지죄에 대한 처벌이 강간에 대한 처벌보다 무거운 한국. 대체 정부는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일까? 술에 취했다고 해서 오히려 형을 경감받고 있는 법적 사례들. 이런 솜방망이 처벌과 정의가 사라진 판결이 지속되는 한, 침묵하도록 강요당하는 수많은 여성과 아이들에게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나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