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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의 ‘2016년 새해 위시 리스트’ 중 첫 번째는 ‘금요일은 가족과 함께 저녁 먹기’다. 작년부터 꾸준히 지켜오고 있는 주중 가족 행사이기도 하다. 아빠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은 늘 같이 저녁을 먹었다. 아빠는 야근에 회식에 일주일에 하루도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러다 2년 전, 뉴스를 보다가 문화 충격을 받았다. NBC뉴스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일주일에 최소한 5번은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고 답한 미국인의 비율(58%) 이 15년 전의 조사 결과(60%)와 별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 사람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저녁 약속을 잡지 않는데 부득이하게 저녁 식사를 청해야 할 경우엔 ‘가족들과의 시간을 빼앗아도 괜찮은지 아내에게 물어봤는가?” 라고 묻는다는 대목이 몹시 부러웠다. 심지어 오바마 대통령도 일주일에 5번은 가족과 식사한다는 뉴스를 봤다. 그는 항상 6시 반을 가족과의 저녁 식사 시간으로 정해놓고 이 규칙을 엄격하게 지킨다고 했다. ‘대통령으로서 공무가 바쁘니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놓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절대 안 된다’는 게 그의 원칙이라고 했다. 당장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니, 미국 대통령도 가족과 저녁을 먹는다는데 당신은 왜 어려운 거냐?” 남편은 답했다. “내가 미국 출장을 자주 다녀봐서 아는데, 미국과 우리는 달라. 미국은 야근 수당이 비싸서 야근을 못하게 하는 분위기야. 그래서 업무 관련 약속도 대부분 점심에 잡는 편이고. 게다가 회사와 집 사이에 마땅히 갈 만한 식당도 없더라고. 하지만 사람과의 관계가 업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우리는 저녁 약속이 그만큼 중요해. 이해해주라. 대신 매주 금요일 저녁은 온전히 가족과 함께 보내도록 할게.” 일주일에 겨우 한 번, 주말 이틀을 포함하면 우리 가족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횟수는 세 번이다. 다른 가족들은 어떤가 궁금했다. 어느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 직장인의 66%가 일주일에 2번 정도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한다고 했다.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할 수 없는 이유로는 응답자의 57% 이상이 야근과 회식 때문이었다. 작년 이케아(IKEA)에서 한국, 중국,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12개국, 3만 명의 부모와 자녀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부모와 자녀가 실제로 함께하는 시간은 주중 하루 평균 1.5시간 정도로 가장 짧았다. 더군다나 그 시간의 대부분을 TV 시청으로 보내고 있었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일주일에 세 번은 저녁에 학원을 간다. 결국 평일 대부분은 유치원에 다니는 둘째와 둘이서 저녁을 먹는다. 유일하게 가족이 다 모이는 금요일 저녁은 우리에게 특별할 수밖에 없다. 특별한 저녁식사를 위해 전략도 짰다. 첫째, 이날은 스테이크를 굽는 등 특별한 메뉴를 먹는다. 둘째, TV를 끈다. 평소 저녁 먹을 때도 무심코 TV를 튼 우리는 TV 대신 서로의 하루 일과나 고 민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셋째, 티타임을 갖는다. 다음 주부터는 차를 마시며 서로에게 책을 읽어주기로 했다. 마음에 와 닿은 시 한 편도 좋고, 감동적인 소설의 한 구절도 좋다. 첫째는 만화책의 가장 웃긴 부분을 들려주기로 했고, 아직 글을 못 읽는 둘째는 좋아하는 그림책의 그림을 보여줄 예정이다. 일주일에 비록 한 번이긴 하지만 우리 가족의 금요일 저녁은 점점 의미 있는 시간으로 변신 중이다. ■ 박성미(프리랜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