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일 포시즌스 서울이 드디어 문을 열었다. 빌딩은 광화문의 금싸라기 땅 한복판에 지상 25층으로 세워졌다. 317개의 객실이 들어간 포시즌스 서울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럭셔리 호텔 브랜드답게 오픈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리빙룸’이라 부르는 로비라운지에서 주요 레스토랑과 객실을 두루 둘러보면서 든 첫 번째 생각은 정말 아낌없이 돈을 들였다는 것. 보이는 벽과 선반은 거의 대리석이고, 호텔 곳곳과 객실에는 160개의 한국 작가 작품을 두었으며, 수영장에는 황금으로 된 타일이(?) 깔려 있다. 연회장의 조명은 체코의 유명 크리스털 회사의 제품으로 손수 매달고, 중식당 테이블에 위에는 진짜 옥이 박힌 젓가락을 두었다. 하지만 이 ‘비싼’ 분위기는 돈만 들인다고 생기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50년 넘게 세계 곳곳에서 호텔과 리조트를 운영하며 쌓아온 노하우의 노련한 결과물이다. 호텔에는 총 7개의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그중 스타일로 가장 압도하는 곳은 일식당 키오쿠(Kioku). 입구로 들어서면, 바로 실내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뻥 뚫린 천장 밑 3층 아래에 테이블이 내려다보인다. 복층 구조인 일식당은 위층에 스시바를 두었고, 아래층에선 빗살무늬 장식을 한 나무로 칸막이를 세운 테이블 자리가 무척 근사하다. 포시즌스 서울에서는 일식당 키오쿠와 중식당 유 유안(Yu Yuan)이 가장 비싼 레스토랑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탈리아 레스토랑인 보칼리노(Boccalino)는 호텔 식당 같지 않게 파스타 가격이 저렴하다. 가장 싼 것은 1만6000원부터다. 그렇다고 음식 맛에 대한 기대까지 낮출 필요는 없다. 오프닝 행사 때 나온 한우 스테이크는 정말 훌륭했다. 사실 호텔에서 행사를 하면서 먹는 음식에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좀 중요한 행사에는 메인으로 대부분 스테이크를 내지만, 고백하건대, 한 번도 맛있게 먹은 기억이 없다. 사람은 많고 한꺼번에 만들어 서빙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디테일이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보칼리노는 달랐다. 초청한 사람이 많아 고기 굽는 정도도 묻지 않았지만, 웬만한 스테이크 하우스에 버금가는 고기를 내놨다. 그리고 곁들여 나온 와인은 바롤로. 보칼리노는 이탤리언 레스토랑이지만, 스테이크 하우스로 찾아도 손색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객실에서 인상적인 것은 무엇보다 전망이었다. 28층의 라운지와 몇몇 객실에서는 북악산 자락 아래의 경복궁과 청와대가 정면으로 내다보인다. 객실에 따라 남산을 전망으로, 광화문 사거리의 바쁜 서울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취향에 따라 침대 시트의 강도(소프트, 미디엄, 하드)를 미리 선택할 수 있는 점도 색다르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서비스 파트. 어느 호텔이나 객실에 과일을 두지만, 포시즌스 서울은 투숙객이 만약 한 가지 과일만 먹으면 다음 날은 그 과일만 채워놓는다고 한다. 먹는 과일에만 계속 손이 가는 사람들의 습관을 정확하게 파악한 서비스다.
포시즌스 서울에서 가장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공간 중에는 지하의 찰스 H 바가 있다. 미국 금주령 시대에 유행한 스피크이지 콘셉트의 바로, 미국 사교클럽처럼 은밀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다. 오픈한 지 이제 2주가 지났을 뿐인데, 이미 자리가 없었다. 포시즌스 서울에 다시 가면 가장 먼저 가야 할 곳으로 벼르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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