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비치를 처음 갔던 때는 6월이었다. 여름 성수기가 시작되기 전이었고, 호텔들이 얼리 서머 패키지를 내놓은 즈음이었다. 날씨가 말도 못하게 좋았는데, 새파란 하늘에 새털구름과 양떼구름들이 맘껏 재주를 부리고 있었다. 날렵한 천막이 쳐진 야외 수영장에 누워 그 하늘을 보고 있자니, 제주에 온 것이 실감났다. 서울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너무 오랜만에 본 새파란 하늘이었다.
성수기가 되기 전이라, 사람들이 들이닥치기 전의 폭풍전야처럼 호텔에서 평화롭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해비치의 야외 수영장은 사계절 내내 따뜻한 온수풀을 틀어놓기 때문에 어느 계절에 찾아도 이용할 수 있지만, 6월의 수영장은 적당한 날씨와 적당한 사람과 적당한 여유로 더욱 눈부셨다.
해비치는 ‘해가 처음으로 비치는 곳’이란 뜻의 순 우리말이다. 최고급 호텔과 리조트, 골프장까지 갖춘 종합 휴양 리조트로, 제주의 동쪽에 자리해 있다. 호텔과 리조트 객실을 합하면 총 503개, 그 중 70%가 바다가 보이는 오션뷰다. 환상적인 일출도 볼 수 있는 방이다.
해비치는 전반적으로 제주의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와 테마를 곳곳에 살렸고, 프로그램에도 힘을 썼다. 대나무를 깎고 다듬어 새 둥지처럼 만든 개별룸을 가진 밀리우에서는 제주 식재료를 이용한 프렌치 파인다이닝을 즐길 수 있고, 제주 전통의 음식은 하노루(Hanoru)에서 맛볼 수 있다. 뷔페 레스토랑과 야외 주점까지 합치면 호텔 안에는 총 9개의 레스토랑과 바가 갖춰져 있다. 제주를 테마로 응용한 곳은 또 있다. 아픈 곳을 손으로 만져 고쳐주는 제주 체내림 할망의 민간요법을 현대식 테라피와 결합시켜 스파를 만든 것. 스파 아라(Spa Ara)에서는 제주의 천연 원료인 마유(말기름), 제주 현무암 등을 이용해 트리트먼트를 선보인다. 말만 들어도 제주가 연상된다.
해비치에 머물며 가장 기억나는 순간 중 하나는 호텔에 상주하는 가이드와 함께 했던 곶자왈 투어다. 비 오는 곶자왈은 원시 제주의 자연을 만나는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수령을 알 수 없는 나무와 덩굴식물들, 암석들이 울창한 밀림을 이루고 있는 곶자왈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주도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숲. 비가 와서 더 나무와 잎의 초록 향기가 진했던 교래 곶자왈에서 제주의 허파라 불리는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숲은 정말 숨을 쉬고 있는 것 같았다. 해비치에서는 이처럼 교래자연휴양림으로 떠나는 곶자왈 에코 트레킹, 물영아리 오름의 둘레길 산책 등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가족, 연인, 친구들끼리 어떤 형태로 와도 해비치는 늘 만족스러운 숙박지다. 제주를 좀더 깊이 느끼고 싶다면, 해비치의 여러 공간과 프로그램들이 그 경험을 도와줄 것이다. 그것도 매우 세심하고 배려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