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층에 있는 핫잇슈(Hot Eatsue)에서 조식을 먹은 뒤 1층 카페로 내려왔다. 그리고 커뮤널 테이블의 끝자리에 앉아 가져온 책의 나머지 반을 다 읽었다. 조용하고 따뜻한 시간이었으며, 무엇보다 런던 쇼디치에 있는 에이스호텔의 1층 카페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다른 점이라면, 쇼디치의 에이스호텔 카페에는 긴 테이블에 맥북을 놓고 작업 중인 젊은이들이 쭉 마주 보고 앉아 있다는 점). 12월에 정식 오픈하는 호텔 카푸치노는 에이스호텔과 닮은 점이 많다. 에이스호텔이 가진 빈티지한 감성을 카페와 레스토랑, 객실 곳곳에 녹여냈고, 애완견을 데리고 갈 수 있는 방이 별도로 있고, 체크인데스크에 기념품을 팔 수 있는 공간이 함께 있다는 점 등도 비슷하다. 에이스호텔에 가보고 싶었던 여행자에게는 대리만족을 주는 공간이라 해도 부족하지 않겠다. 모던하고 깔끔한 디자인의 호텔 카푸치노는 디자인적으로 인상적인 부분이 많지만, 무엇보다 공유가치 창출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국내 최초의 호텔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엔젤 마크가 그려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횟수만큼 500원씩 계산되고 체크아웃할 때 자동 계산되어 원하는 금액만큼 기부할 수 있다. 객실에 있는 E&G(Earn&Giveaway)박스에 담긴 용품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박스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도 기부된다(혹은 카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커피쿠폰으로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눈치는 보이겠지?). 레스토랑이나 카페, 바에서 엔젤 메뉴를 주문하면 수익금의 일부도 개리 화이트와 맷 데이먼이 공동 창립자로 세운 ‘Water.org’에 기부된다. 퀸사이즈 침대를 두 개 붙여 만든 슈퍼더블베드에서 뒹굴다 거울 앞에 섰다. E&G박스에서 면봉을 꺼내 쓸까 말까 망설이게 만들고,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오늘 내가 이 엘리베이터를 몇 번 타게 될까’를 난생처음 생각하게 만드는 호텔이지만, 그 망설임은 나를 거슬리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까지 생각 없이 쓰던 소비적 일상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가져다준다. 나의 작은 불편함이 곧 어떤 가치로 돌아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