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로 살면서 호텔은 늘 내 여행의 시작이었으며, 내 집을 대신해줄 일시적인 보금자리였다. 반듯하게 각 잡힌 침대보를 비집고 들어가면 침대 밑으로 푹 꺼질 것 같은 푹신함이 늘 낯선 도시에서 위로가 되어준다. 아침에 어지르고 나간 호텔 방은 돌아오면 늘 하얀 손수건 위에 쓰던 화장품들까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고, 구겨진 베개도 새것처럼 볼록하게 부풀어져 있다. 그 정돈된 방에 들어갈 때마다 정성스레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호텔에 간다는 것은 내게는 곧 여행을 의미하는 일이었다. 지금까지는 여행을 가기 때문에 호텔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호텔을 먼저 고르기도 한다. 예전처럼 여행을 떠나기 힘들어졌기 때문에. 이제 곧 다시 <타임아웃 서울> 마감을 해야 하고 멀리는 갈 수가 없어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호텔을 찾아보았다(서울은 아닌 곳으로). 그리고 한 시간이면 넉넉히 도착할 수 있는, 무엇보다 디자인 호텔로 소문난 네스트 호텔을 골랐다(네스트 호텔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호텔 플랫폼 ‘디자인호텔스(Design Hotels)’에 국내 최초로 가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