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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보낸 하룻밤

호텔 방으로 서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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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로 살면서 호텔은 늘 내 여행의 시작이었으며, 내 집을 대신해줄 일시적인 보금자리였다. 반듯하게 각 잡힌 침대보를 비집고 들어가면 침대 밑으로 푹 꺼질 것 같은 푹신함이 늘 낯선 도시에서 위로가 되어준다. 아침에 어지르고 나간 호텔 방은 돌아오면 늘 하얀 손수건 위에 쓰던 화장품들까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고, 구겨진 베개도 새것처럼 볼록하게 부풀어져 있다. 그 정돈된 방에 들어갈 때마다 정성스레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호텔에 간다는 것은 내게는 곧 여행을 의미하는 일이었다. 지금까지는 여행을 가기 때문에 호텔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호텔을 먼저 고르기도 한다. 예전처럼 여행을 떠나기 힘들어졌기 때문에. 이제 곧 다시 <타임아웃 서울> 마감을 해야 하고 멀리는 갈 수가 없어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호텔을 찾아보았다(서울은 아닌 곳으로). 그리고 한 시간이면 넉넉히 도착할 수 있는, 무엇보다 디자인 호텔로 소문난 네스트 호텔을 골랐다(네스트 호텔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호텔 플랫폼 ‘디자인호텔스(Design Hotels)’에 국내 최초로 가입되었다).

토요일 늦은 오후, 서울에서 출발한 차는 40여분 만에 호텔에 닿았다. 영종도에 자리한 호텔은 인천공항에서 가깝고 리무진 버스도 다니기 때문에 더 여행 기분을 내고 싶다면 공항 안을 한 바퀴 돌고 와도 좋겠다. 늦은 체크인을 하고 출출한 배부터 채우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네스트 호텔 안에도 레스토랑이 있지만, 여기는 서해니까 해산물을 먹는 것이 당연하고도 최고의 선택이다. 다행히 호텔에서 조금만 걸어나가면 회와 해산물을 파는
회타운이 나온다(도로 하나만 건너면 된다). 공중파 3사에 다 나온 ‘고래등’이 맛집으로 유명하고,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집도 여럿이다. 조개와 가리비, 소라, 전복이 푸짐하게 들어간 조개찜을 배 터지게 먹은 후, 호텔 주변으로 나 있는 산책길을 걸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정신없이 조개찜을 먹느라 서해의 일몰을 놓쳤다는 것. 어디로 해가 지는지도 맥주를 마시느라 뒷전이었다.

처음 마주한 네스트 호텔의 외관은 ‘둥지’라는 말이 주는 따스함과는 달리 꽤 삭막해 보인다. 호텔이라고 가리키지 않았다면 흡사 공항에 속해 있는 관공서 건물이라 해도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무심하고 창백한 건물은 주변에 가득 피어 있는 갈대 뒤에서 조용히 무채색의 배경이 되어준다(밤에는 좀 더 괜찮아 보이긴 한다). 호텔을 짓기 전, 주변에 무성하게 핀 갈대를 최대한 보존하려고 했다는 건축가(JOH컴퍼니에서 지었다)의 의지가 조금은 느껴지는 풍경이다. 호텔이 저렇게 밋밋해도 되나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베를린에는 이런 구조의 갤러리, 박물관, 핫한 장소가 천지다. 정작 중요한 것은 호텔이 담고 있는 철학과 내용 같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호텔 안도 깔끔하고 수수하기는 마찬가지다. 튀는 색도 없고, 튀는 장식도 없다. 단지 와플처럼 뚫어놓은 창을 통해 빛이 들고 날 뿐인데, 그 하루 빛의 변화가 그 어떤 장식보다 근사한 무늬를 만든다. 개인적으로 매우 멋지다고 생각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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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호텔에 머물며 가장 깜짝 놀란 순간은 해가 뜰 무렵이었다. 호텔은 서해 영종도 끝자락에 붙어 있고, 당연히 일몰만 보일 거라 생각했다. 새벽 6시쯤, 바다를 향해 놓여 있는 침대에서 불현듯 눈을 떴다. 무의식적으로 커튼을 젖히자, 수평선 너머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처음엔 해의 붉은 그림자만 보여서 내 눈을 의심했다. 저게 해인가? 여기는 서해인데? 그러나 곧 빨갛고 동그란 해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렇게 깨끗한 일출을 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일출이었다. 해가 너무 크고 빨개서 기도를 하면 뭔가 이루어질 것도 같았다.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베란다에서 커피를 마시며 그 짧은 찰나의 해돋이를 즐겼다.

조식을 먹는 레스토랑 ‘더 플라츠’는 온통 하얗고(조금 병적으로 보일 만큼), 계단식으로 되어 있어 전면 유리를 통해 어느 자리에서나 밖을 잘 볼 수 있다. 온통 하얀 건 이곳뿐만이 아니라, 객실의 욕실도 그런데, 그 깔끔한 흰색 벽들이 또 베를린의 온갖 작업실, 핫한 패션숍과 닮았다. 항상 ‘단순한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네스트 호텔은 꼭 들어맞는 맞춤옷 같은 공간이었다. 요란하지 않고 절제된 분위기가 지배적이라 혼자 사색하며 찾아오기에도 괜찮을 듯싶었다. 하지만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온 젊은 부부 투숙객도 참 많았다(혼자 올 여행자라면 주중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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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내가 네스트 호텔에서 하고 싶었던 한 가지는 쿤스트 라운지의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책장에서 프란츠 카프카의 <꿈>을 꺼내 맥주 한 잔을 마시며 다 읽을 때까지 앉아 있는 거였다. 하지만, <꿈> 대신 나는 방에서 노트북을 쳐다보며 기사를 썼다. 서울사람들의 일상이란 이렇게 꿈만 꾸다 멋없이 끝난다. 하지만 잠자리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얼마든지 여행의 기분을 낼 수 있다. 그리고 네스트 호텔이 그 근사한 일탈을 돕는다.

네스트 호텔 여행 일정표

첫째날

5:00pm - 인천 네스트 호텔 도착
6:00pm - 공항도시종합 회타운 내 '고래등' 조개찜 
8:00pm - 쿤스트 라운지에서 맥주 한잔
 
둘째날 
06:15am - 방에서 일출 챙겨보기
08:30am - 조식 
10:00am - 호텔에서 휴식
11:30am - 체크아웃

네스트 호텔의 부대시설을 이용하는 팁

1. 객실은 바다 전망의 디럭스 더블룸을 추천한다. 서해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 침대맡의 뒷부분을 책상과 연결하고 널찍한 소파와 이어서, 실내 활용도를 높이고, 작은 거실 같은 공간을 만들었다.
 
2. 쿤스트라운지에는 땡스북스와 함께 선별한 예술, 건축, 문화 관련 디자인 서적이 1000권 정도 있다. 앉아서 읽기 좋다. 팔지는 않는다. 
 
3. 다른 호텔과 달리 객실 안의 미니바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주변에 편의점이나 가게가 없는 점을 감안한 것일까? 맥주 한 캔에 4000원, 부담 없이 꺼내 드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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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호텔
네스트 호텔
인천 영종도 안에 새로 생긴 디자인 호텔이다. 무엇보다 전세계적으로 독창적인 호텔을 선정하는 ‘디자인호텔스(Design Hotels)’에 국내 최초로 등록되어 화제를 모았다. 독창적인 건축과 디자인이 돋보이는 네스트 호텔은 디자인&브랜딩 회사인 제이오에이치(JOH)컴퍼니에서 설계와 디자인을 맡아 완성했다. 객실은 총 370개로, 영종도 서쪽 끝의 튀어나와있는 만에 위치해 서해에 있으면서도 일출을 볼 수 있는 것이 가장 이색적이다. 침대 머리 뒷부분을 책상과 소파로 이어 활용도를 높인 객실 디자인과 다양한 예술서적으로 채워진 라이브러리와 작은 영화관까지 함께 있는 쿤스트 라운지, 계단식으로 홀을 꾸민 레스토랑 더 플라츠 등, 공간 하나하나가 독특하고 세심하게 설계되었다. 와플 모양으로 뚫어놓은 호텔 외관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시간에 따라 만들어내는 빛의 변화도 근사하다. 멀리 떠날 여유가 없을 때 쉽게 찾아와 조용히 휴식하고 돌아갈 수 있는 호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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