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들어드릴 수 없는 효자
추석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보고 싶었던 가족과 함께하는 따뜻한 시간이겠지만, 같은 땅에 살고 있는 어떤 동성애자들에게는 속이 새까맣게 타 들어가는 고통의 한 주다. 본인은 바다가 보이는 남쪽 도시에서 다수의 형제중 막내로 태어나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한다. 어느 형제들보다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을 졸업했고 취업도 곧바로 했다(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효자 없다!). 모든 형제가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어 70대의 노부모가 서울로 오시는데, 여간 곤욕스러운 일이 아니다. 나이가 30대 중반을 넘어가니 노모의 결혼 요구가 제안이 아닌 협박 수준. 소리 질렀다 울었다 화냈다 집어 던지기를 반복하시는 칠십 노모와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만 가고 있다. 최근에는 연을 끊자는 초강수를 두기까지 하셨다. 그 어느 아들보다 어머니를 사랑하고 위하는 막내지만 소원을 들어드릴 수 없는 이유를 알릴 수도 없고…. 마음만 숯처럼 타 들어간다. - 감각 있고 세련된 효자 바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