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lling in Love in Fall

가을에는 연애를 하겠어요

동성애자라면 시도해봤을 다섯 가지 연애의 기본 루트 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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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바다, 클럽에서 옷 벗고 날뛰던 문란한 여름은 끝났다. 대신 코끝이 시큼해지는 가을이 성큼 와버린 것. 방탕했던 지난여름의 기억을 망각의 저편으로 고이 접어 보냈다면 이제는 누군가를 진지하게, 아니 일단 만나라도 볼 준비를 해야 할 시간! 계획을 세운다고 시작할 수 있을 연애였다면 누구나 다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막무가내 덤빌 일도 아니다. 뭐든 기본에 충실할 때 희망의 단초가 보이는 법이다. 기본기에 강한 <타임아웃 서울>에서는(<타임아웃 서울>의 각종 기사를 보라. 기본기가 이리 탄탄하다) 동성애자라면 모두 한번쯤 시도해봤을 다섯 가지 연애의 기본 루트를 소개하고자 한다(이 글은 모두 ‘취재’에 의해 서술된 것임을 밝힌다).

글 마일로 

1 게이바

종태원에 셀 수 없이 많은 게이바가 존재하지만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했을 때 섣불리 그 누구도 게이바가 그렇다라고 대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 누가 읊조렸듯 데이팅 앱이 게이바의 입지를 약하게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게이바에서 나누는 낯선 만남의 짜릿함은 스마트폰 이전 시대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친구 혹은 여럿이 함께하는 자리라면 오히려 합석의 마법이 시전될 수도 있다는 사실. 무엇보다 게이바의 만남이 매력적인 이유는 비교적 온전한 정신 상태에서 상대방을 확인할 수 있고,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수 있다는 점 아닐까.

2 강남, 종로 단체 번개

이반시티 게시판에 올라오는 번개는 장소와 시간이 늘 다양해 고르는 재미가 있다. 종로와 강남에서 자주 열리는 이 번개는 기본 십여 명의 사람이 한데 모여 커플 매니저를 자청하는 방장의 진행을 따르는데, 흡사 ‘사랑의 스튜디오; 같은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간혹 커플 매니저라는 본분을 망각하고 돈 벌 욕심으로 운영하는 몇몇 번개 방장이 때로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단체 번개는 회비가 있다). 막상 그 자리에서 커플이 되지 않아도 2차에서 따로 술 한잔하다 아니면 연락처 받아 성사되는 커플도 많다고 하니 낙담은 금물. 회비가 아깝다 하여 안주빨을 세우면 굉장히 외롭게 막차로 집에 갈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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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종로 포차

정신이 말짱한 저녁 9시에서 11시 사이에는 포차의 비닐 장막이 어떤 연애도 일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철옹성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술이 살살 들어간 11시 이후부터 본능에 충실한 자들의 뻐꾸기와 비둘기가 판을 치는 곳이 바로 포차 거리다. 흡사 동물원 조류관을 옮겨놓은 느낌. 여기저기 들어오는 호감의 표시를 상대방이 내 맘에 들지 않는다 하여 밀거나 화내지는 말자. 사랑 찾으러 왔다 싸움판에 휘말려 경찰서에 가는 수가 있다.

4 클럽

끈적하고 농밀한 분위기로는 역시 클럽 따라올 곳이 없다. 신나는 음악과 술까지 만나니 말이 필요 없다. 두서없이 이 테킬라 한 잔, 저 아구아밤 두 잔 마시다 보면 못된 손이 여기저기 손목을 잡고, 모르는 이와 부둥켜 리듬을 타고 있는 자신의 다른 자아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또 클럽 아니겠는가. 밤의 도시 서울에는 세계 그 어느 도시보다 화끈한 게이 클럽이 포진해 있다. 물론 부작용은 술기운에 의해 날린 각종 음란 대화와 공수표 멘트가 다음 날 이불킥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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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데이팅 앱

스마트폰의 탄생 이후, 게이의 연애 패턴은 일대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데이팅 앱의 탄생 때문이겠다. 그라인더, 잭디로 시작된 각종 앱은 그 어느 시대보다 빠르고 쉽게 내가 원하는 상대방을 찾아주고, 지금 이 순간도 많은 커플을 양성 중이다. 이런 데이팅 앱의 신묘한 능력 때문에 데이팅 앱 금단현상이라는 사회적(?) 문제까지 야기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나… 상대방의 기본 정보를 모두 숙지한 상태에서 만나는 초고속 만남이라 그만큼 끝도 빠르다는 것이 중론. 끝이 허무할 가능성이 크다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다. 앱을 통해 만남이 잦아질수록 이 앱에 대한 신뢰, 아니 인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마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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