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그라인더를 사용하기 시작한 건 아이폰 3GS가 출시한 2008년부터. 이전까지 한국 게이들이 온라인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이반시티(www. ivancity.com)라는 사이트뿐이었다. 커뮤니티 사이트로는 여전히 유일무이하다. 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전용 채팅창을 이용해 사람들을 만나곤 했다. 1대1 만남은 물론 단체 번개라는 독특한 문화도 있었다. 방장이 채팅방을 열고 사람들을 모아 술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술 마시는 게임도 하고 커플 매칭도 했다. 워낙 게이들을 위한 만남의 장이 드문 시절이라 인기가 좋았다. 주말엔 50명이 넘는 게이가 종로의 쓰러질 것 같은 주점에 다닥다닥 모여 밤새도록 술잔을 기울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이 급속도로 빨라지고 그라인더를 비롯한 다양한 데이팅 앱이 등장하면서 단체 번개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지금은 모두가 앱으로만 데이트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게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채팅을 하던 시절엔 밤새워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갔다. 지금은 키와 몸무게 그리고 프로필 사진만으로 상대방을 판단한다. 편리해졌지만 누군가를 만나기는 더 힘들어진 시대다.
‘번섹 하세요?’ 데이팅 앱은 다양한 문제도 낳는다. 그중 하나는 대부분 원나이트 파트너만 찾는다는 점이다. 진지한 대화를 하다 불쑥 성기 사진을 보내와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진을 도용하는 경우도 많다. 운동 선수나 트레이너들은 물론 일반인 중 멋진 몸매의 사진을 마치 자신의 사진인 양 프로필에 올려놓는다. 잘생기고 멋진 파트너만 찾는 외모 지상주의가 빚어낸 문제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만 보고 진작부터 겁먹진 말자. 몇 가지 요령을 알면 데이팅 앱을 통해서도 좋은 데이트 상대를 만날 수 있다. 우선 NSA, FUN, NOW, TOP, BTM 등의 단어가 프로필에 남겨져 있다면 이들은 오직 원나이트 파트너를 구하는 이들이다. 특히, NSA를 많이 궁금해하는데 ‘No strings attached’ 의 약자로 ‘쿨하게 즐기기나 하자’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 반대 단어는? ‘Long term relationship’의 약자인 LTR이다. 가벼운 만남이 아닌 진지한 데이트 상대를 찾는다는 의미다. 또한 데이팅 앱의 경우 필터링 검색이 가능한데 Dates, Relationship으로 설정하면 섹스 파트너가 아닌 데이트 상대를 찾는 이들이 가까운 순서대로 뜰 것이다. 참고로 자신의 상태를 ‘Open relationship’으로 설정해놓는 이들이 많은데 ‘어떠한 만남이든 열려 있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나는 남자친구가 있지만 누구와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니 주의하도록. 물론 남자친구와 합의 후 자유로운 섹스를 즐기는 친구들도 간혹 볼 수 있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