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샵 보이즈에서 부터 조지 마이클까지. 여름에 들으면 더욱 신나는 음악들을 모았다. 글 양중석(음악 애호가)
2. 프리덤!'90 by 조지 마이클
듀오 왬! 시절에 이 곡으로 차트 넘버원을 차지하더니 이후 6년 뒤에는 곡 뒤에 ‘90이라는 숫자를 붙여 버전 업시킨 ‘동명이곡’으로 다시금 전 세계 팝 신을 호령했다. 어쩌면 그는 여성 팬들을 의식해 위선을 펼쳐야 했던 과거는 물론, 가죽 점퍼에 청바지 차림으로 칠 줄도 모르는 기타를 튕겨댔던 ‘Faith’ 시절까지를 모두 뭉뚱그려 지워버리고 싶었던가 보다. 이 애시드 하우스 트랙의 뮤직비디오에는 나오미 캠벨, 신디 크로포드, 에반젤리스타 같은 슈퍼모델의 립싱크하는 입술만 잔뜩 등장한다. 뭐, 더러는 로비 윌리엄스가 리메이크한 버전이 더 멋지다고 하기도 하지만, 그 부분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좋겠다. 결국 다 취향의 문제다.
3. 오버 더 레인보우 by 주디 갤런드
수많은 세대를 거치면서 자라온 ‘도로시의 친구들’에게 이 노래만큼 현실도피적이면서 또한 진취적이고 투쟁적이며 전투적인 아련한 발라드가 또 있을까? 곡이 발표된 것은 1939년이지만, 호호 할머니가 된 주디 갤런드가 부른 ‘오버 더 레인보우’가 되레 행복한 그곳을 갈망하는 열정을 더욱 강렬하게 어필하고 있다. 곡 제목에 (가사에는 등장하는 ‘Somewhere’이라는 말이 빠져 있다는 점에 주목하자. 바로 곁에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무지개 깃발에 대고 경의를 취하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4. 보그 by 마돈나
"주의를 둘러봐. 온통 골칫거리들뿐이지." 댄스 팝 음악에 전혀 안 어울리는 가사 같지만, 바로 그게 포인트이다. 미국 전역에 퍼진 에이즈에 대한 공포와 거짓 정보들이 정점을 찍고 있었던 1990년에 만들어진 이 딥 하우스풍의 메가 히트 싱글은, “잠시라도 근심걱정을 내려놓고 신나게 춤추며 구원을 찾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1990년 선댄스 필름 페스티벌에서 “파리는 불타고 있다(Paris is Burning)”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이 영화는 당시의 뉴욕 언더그라운드 볼룸 커뮤니티와 게이 커뮤니티 내부에서 문화현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던 보그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그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종, 성별, 성적 지향 등의 지점들을 보여준 바 있다. 발표된 지 사반세기가 지나도록 마돈나 그녀는 이 곡과 더불어 게이들이 나무나 사랑하는 아티스트기도 하다.
5. 아임 커밍 아웃 by 다이애나 로스
그렇다. 이 곡은 일종의 ‘커밍아웃’에 관한 노래다. 디스코의 대명사 식의 브레인인 나일 로저스가 다이아나 로스를 위해 1980년에 만든 이 펑키 디스코 트랙은, 그 자신이 목격한 뉴욕 게이 클럽의 수많은 다이아나 로스 분장의 드랙 퀸들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술회했다. 공연 투어 때마다 항시 오프닝 곡으로 선곡할 만큼 다이아나 로스 자신에게도 유독 각별한 곡이라고 하지만, 게이들에게는 영원토록 해방의 찬가로 남으리라.
6. 본 디스 웨이 by 레이디가가
그 누구보다 게이 팬덤에 대해 적극적이고 우호적인 활용 능력을 보여온 레이디 가가의 2011년 히트 싱글이다. 마돈나의 ‘익스프레스 유어셀프(Express yourself)’를 재활용한 작품이라느니 하는 중상모략 따위는 잊어도 좋다.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잘 묘사한 이 뜨거운 곡만큼이나 게이 퍼레이드에 적격인 선택은 최근 수년간 거의 없었다.
7. 어 리틀 리스펙트 by 이레이저
“그 어떤 종교나 이유도 그가 그의 연인을 버리게 할 수는 없지 않겠냐?”는 앤디 벨의 노래가, 통통 튀며 휘몰아치는 신스 팝 사운드 위로 흐르는 이 고전은, 영국 듀오 이레이저의 1988년 히트 곡이다. 영국에서는 30년 가까이 이전에 한창 논란이 되었던 동성애 차별 관련 이슈에 항거하는 곡이다.
8. 고 웨스트 by 펫샵보이즈
또 다른 게이 찬가인 ‘YMCA’의 주인공, 빌리지 피플이 낳은 히트 곡을 리메이크한 주인공이 하필 펫 샵 보이즈라니! 동독의 개방을 촉진하며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틀을 허물자는 정치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지만, 결성 35년 차의 영국 출신 신스 팝 듀오의 손길이 닿으면서 좀 더 감각적이고 세련된 클럽 뱅어로 환골탈태했다.
9. 잇츠 레이닝 맨 by 웨더 걸스
10. 게이바 by 일렉트릭 식스
“난 너를 게이 바에 데려가고 싶어.” 디트로이트 출신의 5인조 개러지 록 밴드 일렉트릭 식스의 곡으로 2003년 발표한 1집 파이어에 수록된 곡이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가사가 매력 넘치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I’ve got something to put in you!(네게 뭘 좀 넣어야겠어)’ 부분이 귓가에 계속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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