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요망한 84년생 릴레이 인터뷰에 앞서, 1984년생들이 복중에서 세포분열을 하고 있던 1983년 지구별에서는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지 구글 검색을 아니 할 수가 없었다(검색을 시작하자마자 1983년 데뷔했다는 마돈나가 기 센 표정으로 모니터를 굽어보고 있었다). 그때 그 시절, 1983년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바네사 윌리엄스라는 흑인 여성이 미국 최초로 미스 아메리카로 뽑히며 인종 혐오의 이데올로기를 넘어서는 찬란한 순간을 만들고 있었고, 유럽 폴란드에서는 인권을 억압하고 개인의 자유를 짓밟았던 공산주의의 어둠 속에서 민주화의 꽃을 피운 레흐 바웬사가 노동자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이런 자유와 평등,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던 지구별 곳곳의 기운을 받고 이 미움과 혐오의 땅에 태어난 아이들이 바로 미친 1984년생들 되겠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아주 수고스럽고 번거로운 일을 발 벗고 나서서 하는 1984년생 LGBT들의 행보가 단순히 ‘끼’를 주체 못해서라 평가하기에는 그들의 억울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타임아웃 서울>(이하 TO서울)은 이 신묘한 미친 ’84’년생들을 어렵게 한자리에 모았다.
그룹 인터뷰
이름/닉네임(하는 일, 본인의 매력 포인트, 84년생들의 특징)
TO서울: 2014년 퀴어퍼레이드 최전방에서 행진해 국내 뉴스와 각종 외신에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나왔다. 어땠나? 겁나지 않았나? 문자 그대로 돌을 맞았다는 소리도 들었다.
앤쵸비(드렉아티스트, 끼, 미친년들이다): 엄청 아팠다(웃음). 반대 세력의 폭력과 야유에 당시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이후에 트라우마가 생길 줄 알았으나 오히려 사명감이 생겼다. 주변의 따뜻한 반응이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앞으로 더 전진하겠다.
TO서울: 어린 트랜스젠더 친구들이 세빈 씨처럼 우아한 사업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차세빈(뮤지컬 배우 겸 사업가, 육감적 몸매, 드세다): 쉽지 않을걸?(웃음)
TO서울: 성공적인 비즈니스 마인드로 트랜스젠더가 할 수 있는 일의 틀을 깼다고 생각한다.
차세빈: 밑바닥부터 안 해본 일이 없다. 꿈이 많아 뮤지컬 배우, 래퍼, 퍼포머를 하면서 욕도 엄청 먹었다. 끼가 많은 것을 어떡하나.
TO서울: 당신을 롤모델로 삼는 트랜스젠더가 많다고 한다.
차세빈: 나를 롤모델로 삼는 사람이 있다니 생각지도 못했다. 이제 헛짓거리는 못할 것 같다. 열심히 살겠다.
TO서울: 게이들 사이에서 탄탄하고 섹시한 몸으로 인기가 많다고 들었다. 큰 인기 뒤에는 늘 구설수가 따르기 마련인데… SNS 전쟁 속 악성루머에 고통받는 LGBT 친구들에게 본인만의 노하우를 알려달라
JackJack(PT트레이너, 몸, 한 가닥 하는 친구들): 온라인상에서 얼굴이 많이 알려질수록 오프라인에서는 얼굴을 가려야 한다. 그래서 어두컴컴한 이태원을 사랑한다. 욕? 나도 많이 먹는다. 방도는 없다. 편견 없이 두 팔을 벌려 많이들 안아주라! 예쁜 몸을 누가 마다하겠나(웃음)
TO서울: 국회에서 근무 중이다. 여의도로 정치 입문을 하게 된 계기는?
퐝드(국회의원 비서관, 천박한 듯 우아한 듯 이상한 언어 사용, 서로 협력적-기갈협력체-게이계의 EU): 학교에서 정치를 전공한 이유도 있겠지만 어릴 때부터 꿈이었다.
TO 서울: 국회에서의 커밍아웃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퐝드: 될 대로 대라도 있었고(웃음) 앞으로 우리 사회가 다양해질 때는 소수자인 내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질 것으로 생각해 그렇게 행동했다.
TO서울: 본인이 올리는 글과 행동이 LGBT 바닥에서 파장과 울림이 있다. 알고 있는가?
Jay Lee(미디어, Sweet&Nasty, 허물없이 어우러지는 왕성한 활동성): 알고 있다. 그리고 모두 다분히 의도적이며 계산된 행동이다. 액티비스트와 종태원에 나와 노는 사람들의 간극을 좁히고 양쪽의 중간 다리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행동한다.
TO서울: 84년생들은 왜 이리 튄다고 생각하나?
Jay Lee: 1984… 그것은 악마의 숫자다. 이 LGBT 바닥에는 올림픽 주기 설이라는 이론이 있다. 80년생들도 그랬고 88년 호돌이들도 우리와 비슷하다. 이것은 시대의 흐름이다.(박장대소) 개성들이 뚜렷해 끼가 많다.
TO서울: 김조광수 감독과 결혼했다. 공개 연애부터 결혼까지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김승환(영화제작/수입/홍보/배급, 미모와 지성, 사회성): LGBT 커뮤니티에 2005년 처음 나왔다. 많은 선배들에게서 큰 사랑과 정신적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나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성격상 인권 운동은 나랑 안 맞고 좀 그랬다. 그런 건 퐝드가 잘한다!(웃음) 결혼이 별일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처럼 게이 파트너와 성실한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이 사회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나의 롤이라 생각한다. 물론 결혼 생활이 쉽지는 않다.(웃음)
TO서울: 10년 전 만났을 때 미대생이었는데 어느 날 사장님으로 변신했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임찬혁(디렉터, 웃는 얼굴, 똘똘 뭉쳐 다닌다): 단순히 돈을 벌려고 뛰어든 것은 아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35살 때쯤 클럽을 차리고 싶었다. 그런데 기회가 빨리 와 운 좋게 일찍 시작하게 되었다.
TO서울: 항상 각종 크고 작은 LGBT 이벤트와 파티를 기획하고 있다.
임찬혁: 파티 같은 경우는 서울 게이들이 너무 무료하고 재미없게 살기 때문에 내가 나서서 재미있는 문화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생각보다 잘 풀렸다. 모든 분께 늘 감사드린다.
TO서울: 온/오프라인에 여러분의 얼굴과 인터뷰가 실릴 텐데 화기애애한 오늘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미움과 증오의 시선을 받을 수도 있다. 겁나지 않나?
일동: 두려우면 모였을까요? 84가 달리 84겠어요!
TO서울: 다들 기가 세서 그런지 벌써 지친다. 기가 쪽 빨린 느낌이다. 지금 LGBT 세계에 입문하는 키즈들이 1996년생 띠동갑 친구들이다. 앞으로 커나갈 꿈나무들에게 한마디씩 부탁한다.
앤쵸비: 나쁜 짓 좀 많이 해라. 조금이라도 어리고 예쁠 때! 물론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합니다.
차세빈: 자기 자신을 사랑하세요. 힘내세요 여러분~
JackJack: 운동 열심히 하세요. 몸이 생명입니다. 기승전몸!
퐝드: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이라고 해서 겁내지 말고 두려움 없이 꿈을 향해 도전하라.
Jay Lee: 편견을 버리세요. 세상은 넓고 다양합니다. 덤비세요.
김승환: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자존감을 잃지 마세요.
임찬혁: 인생을 즐겨라! 그게 제일 중요하다.
글 마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