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다시사랑할수있을까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11월이 되면 더 생각나는 옛사랑, 옛추억을 가진 LGBT 친구들의 속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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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옛적 텔레비전에서 김민희는 사랑이 움직인다고 읊조렸고, 권상우는 다시 돌아오는 것이라 외쳤다(둘 다 틀린 말은 아니다). 지상 최대의 숙제라는 연애와 사랑에 있어 그 누구도 안전지대 안정권에 있다는 확신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조금만 방심하면 왔다 갔다 정신 나간 고주망태 같은, 징글징글한 사랑의 뒷모습을 마주하게 되고, 우리의 달콤했던 연애도 매번 그렇게 끝이 난 것이었다. 그 지친 연애의 상처를 달래가며 차츰 증세가 호전될 때쯤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옛사랑의 유령이 다시 우리의 심장을 옥죄어오기도 한다. 

1 사랑은 서로 마주 보는 게 아니라,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 -생텍쥐페리

정말 정치관이 유달리 차이가 많이 났다. 나는 수구꼴통, 그이는 좌익용공. 연애 초반부터 아슬아슬하더니 특정 신문을 읽는다는 이유로, 신화가 없다 주장했던 대통령의 수필집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박 터지게 싸웠다. 연애 막판에는 조선반도의 고질적인 악습인 지역감정 싸움으로 확대까지. 4년 연애의 종지부를 전 대통령들 때문에 찍었다. 대구에서 서울 가는 자동차 안에서 넌 뼛속까지 한나라당이라 외쳤던 엑스에게 이제는 말하고 싶다. 애민 애족하는 데 있어 정치 성향이 뭐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어차피 우리는 모두 세금 내는 봉인 것을. (이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C). 

2 우린 너무 어렸고 너무 성급했으며, 너무 사랑했어요. -올리비아 핫세

그 누가 알았을까. 채팅방에서 만난 하룻밤 즐거움이 사랑으로 이어질 줄. 혈기왕성한 20대 초반에 채팅으로 만나 원나잇 한 것이 인연이 되어 만남으로 이어졌고 우리는 결국 연애라는 걸 하게 됐다. 그런데 첫 단추가 하룻밤으로 시작한 연애라 그런지, 엑스의 외도 문제 때문에 시작부터 끝까지 정말 많이 싸웠다. 그쪽은 쉽게 시작한 연애였겠지만 나는 나름 진지했던 게 이 사단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현재 이 순간에도 집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엑스의 토르소 사진은 ‘번개 대환영’이라는 알림 문구와 함께 데이팅 앱에 버젓이 올라와 있다. 오늘도 데이팅 앱을 켜 엑스의 몸 사진을 눌러 "잘 지냈어?"라는 텍스트를 적고 보내기 버튼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소셜 데이팅 중독자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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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를 부정하면 파멸하리라 -헤드윅

트랜스젠더 쇼걸로 10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며 연인을 만나 사랑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춤추는 무희와 손님으로 만나 7년(나도 믿기지 않는다)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낸 애인이 나에게도 있(었)다. 일반 커플이라면 아무런 일도 아닐 것이 내 연애에서는 늘 문제가 되었고 그런 사소한 사건이 모여 헤어졌다, 만났다를 반복하고 있다. 매번 지켜준다는 마법 같은, 때로는 거짓말인 이 한마디 말에 ‘이번에는 달라지겠지’라는 희망 하나로 오늘을 버틴다. (팔자 센 주인공보다 평범한 조연의 삶을 꿈꾸는 H) 

4 연애 감정이란 서로가 상대방을 오해하는 데서 생겨나는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

지인들이 나는 연애하기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 카더라. 그럼에도 내가 연애를 못 하는 이유는 눈이 높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옛사랑을 잊지 못해 3년째 공사가 다망하다. 남들 다 백기 투항한 장거리 연애를 나는 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에 선뜻 연애를 시작했다. 비행 거리로 10시간이 넘는 장거리 연애는 그 거리만큼 서서히 마음의 거리가 생겼고 인터넷 삼류 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각종 추잡한 사건과 사고가 난무했고 결국 연애 종료.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다 내가 잘못한 것 같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만 드는 것을 보면 사랑의 힘은 피폐한 마음마저도 아름답게 세탁하는 대단한 능력이 있지 싶다. 같은 이유로 또 끝날 것을 잘 알지만. 그래도 다시 만나고 싶다. (공사가 다망한 샐러리맨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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