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두 편의 영화만으로 한국에서 다음 영화가 가장 궁금한 감독이 됐다. 아니, 정정한다. 나홍진 감독은 [황해]의 개봉을 앞둔 2010년 당시에도 차기작이 가장 기대되는 감독이었다. 2008년 희대의 연쇄살인마를 쫓는 남자의 이야기를 숨 가쁘게 그린 데뷔작 [추격자]로, 그는 흥행은 물론 영화제의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계를 놀라게 했다. ‘미끼를 물었다’는 [곡성]의 포스터 카피대로, 우리 모두 나홍진 감독이 던진 첫 미끼에 단단히 걸려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아내를 찾기 위해 청부살인을 맡고 황해를 건너온 남자가 살인자의 누명을 쓴 채 쫓기며 벌어지는 이야기인 [황해]는 한층 더 강렬하게 관객을 몰아붙였다. 그리고 [곡성]이다. 지금 한국에서 누구보다 뜨겁고 에너지가 넘치는 나홍진 감독의 6년 만의 신작. [곡성]을 봐야 하는 이유는 어쩌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영화 [곡성] 중 곽도원과 황정민의 대면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나홍진 감독은 “장르 영화라고 규정 짓는 틀 안에서 다른 장르와 변칙적으로 섞어 변종 장르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곡성]을 설명한다. 영화는 시골 마을에 외지인이 나타난 후 의문의 연쇄 사건이 벌어지며 시작된다. 촬영 전 시나리오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는데, 배우 황정민은 [곡성]의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시’를 떠올렸다고 했다. 함축적이지만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는. 딸을 잃을 위기에 처한 평범한 경찰인 종구(곽도원)가 극을 이끈다.
영화 [곡성] 촬영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폭력의 묘사를 통해 스릴을 주던 전작의 방식을 피하고 싶었다. 전작들의 긴장감과 [곡성]의 긴장감은 분명 다르다. 천천히 전진해나가면서 스릴을 계속 강화하는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전작과 노선은 조금 바뀌었지만, 강력한 리얼리티는 나홍진 감독의 여전한 무기다. 자연스러운 시간과 공간은 스토리를 강화한다. 감독은 보다 사실적인 현장으로 담아내기 위해 영화 설정에 부합한 시간과 날씨를 기다리나, 매직 아워(Magic Hour)가 주는 특정 시간대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담아내고자 한 장면을 며칠에 걸쳐 촬영했다. 그리고 이 모든 촬영을 [설국열차]로 잘 알려진 홍경표 촬영감독이 맡아 더욱 기대된다.
영화 [곡성] 촬영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추격자] [황해]에서 유난히 피로해 보이는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곡성]의 배우들 또한 편안한 날이 없었을 것처럼 보인다. 종구를 연기한 곽도원은 3일간 산속 추격신을 촬영했고, 무당 일광 역의 황정민은 약 15분간의 롱 테이크로 굿 장면을 만들었다. 천우희 또한 사건의 목격자 무명을 연기하며 역시나 산속을 헤맨다. 존재감 뚜렷한 이 배우들과 나홍진 감독이 만들어낼 시너지는 무시할 수 없다.
영화 [곡성]의 나홍진 감독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이 ‘변종 장르’를 관객에게 선보이고자 마음먹었을 때 나홍진 감독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영화의 모든 것을 재미있게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잘하는 감독이 ‘재미’와 ‘최선’을 강조한 영화는 믿음직스럽다. [곡성]은 제69회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도 초청되었다.
→ 영화 [곡성]은 5월 1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