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크레이그 007 제임스 본드
© Photography by Paul Stuart. Styling by Gareth Scourfield
© Photography by Paul Stuart. Styling by Gareth Scourfield

제임스 본드가 된 사나이, 다니엘 크레이그

그는 자신이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게 된 것에 대해 ‘아직도 좀 미친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어쨌든 그는 세 번의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고, 네 번째 본드로 출연한 "007 스펙터"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Dave Calho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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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제임스 본드 아니, 다니엘 크레이그가 아침에 어떤 음식을 먹는지 알고 싶다면, 우리가 그 질문에 대답해줄 수 있다. 꿀을 넣은 더블 에스프레소 두 잔과 함께 수란을 토스트에 올려 먹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더블 에스프레소를 한 잔 더 마신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카페인, 카페인, 또 카페인이라는 뜻(달걀 조금과 함께). 놀랍지는 않다. 우리가 런던에서 다니엘 크레이그를 만났을 때는 그가 8개월에 걸쳐 진행된 "007 스펙터"의 촬영을 마친 지 겨우 4일밖에 지나지 않은 때였다. 이 영화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본드를 연기한 네 번째 영화이자, 2012년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10억 달러를 벌어들인 "007 스카이폴"의 감독 샘 멘데스와 함께한 두 번째 작품이다.
 
이야기를 나눌 때 그는 피곤해했다. 하지만 2년 동안 열심히 일한 후였기 때문에 무척 지쳐 있어도 기분은 매우 좋아 보였다. 처음에 그는 멘데스 감독, 각본가, 그리고 제작자들과 함께 영화의 스토리를 논하고,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런던 근교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와 멕시코시티, 모로코, 오스트리아의 알프스, 그리고 로마 등지를 돌아다녔다. 그는 새로 나올 본드 영화가 훌륭하고 스타일리시하며 클래식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니엘 크레이그는 헛소리를 하는 류의 배우가 아니다. 그는 솔직하며 생각이 깊다. 또 그는 비싸게 굴지 않는다. 하지만 그도 분명히 이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는 듯했다. “아, 정말 이 업계에서 일할 때 오만함은 독이에요.” 그는 어느 순간 말했다. “저는 그저 이 영화가 잘되기만을 바라고 있어요.”
 
"007 스카이폴"과 "007 스펙터"를 비교해주세요.
"007 스카이폴"은 엄청난 흥행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온갖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그러고 나서 영화를 또 제작하려고 하니 샘 멘데스 감독을 포함해 모두가 엄청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어요. ‘젠장, 이제 어떻게 하지?’ 하고요. 하지만 막상 제작이 시작되고 나니 "007 스카이폴"에 대해서 생각할 여유가 없었어요. 우리는 이번 영화에 대해서만 생각해야 했거든요. 이제 머니페니와 Q도 돌아왔고, 랄프 파인즈가 M 역을 맡았기 때문에, ‘그래, 이 인물들을 스토리에 넣도록 하자’ 이렇게 생각한 거죠. 모든 게 거기에서부터 발전되어갔어요. 사람들은 저에게 영화에 등장할 가제트 도구에 대해서 정말 많이 물어봤어요. “가제트는 어디 갔어?” 하면서 말이죠. 사실 이 영화가 그런 도구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지만, 영화에 정말 많은 것이 등장할 거예요.
 
네 번이나 본드 역할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나요?
글쎄요. 그렇게 계약은 했었어요. 다 짜여 있었죠. 하지만 스튜디오에서는 영화 촬영을 가능한 한 빨리 마치기를 열정적으로 원했어요. 한번은 이런 대화를 한 적도 있어요. “우리 그냥 영화 두 편을 연달아서 찍는 게 어때요?” 저는 다들 전부 완전히 미쳤다고 생각했죠. 좋은 의미에서 말이에요. 단지 영화의 규모가 너무 클 뿐이죠.

Daniel Craig © Photography by Paul Stuart. Styling by Gareth Scourfield
 
"저는 그렇게 쿨한 사람이 못돼요. 저도 쿨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지만, 저는 아닌걸요. 하지만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는 사람은 쿨해야 하죠."
 
"007 스카이폴"에는 "007 카지노 로얄"이나 "007 퀀텀 오브 솔러스"보다 유머 코드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새로 개봉하는 영화는 어떤가요?
그런 코드가 분명 있어요. 유머러스하게 비춰질 소지가 있다고 할 수 있죠. 특히 샘 멘데스 감독처럼 언제나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 즉, “이거 정말이야?” 하고 항상 질문하는 사람-그리고 저도 이런 사람인데-과 함께 일을 하다 보면 유머는 자연스럽게 생겨나요. 시나리오를 웃기게 쓰는 것이 아니에요. 정말 좋은 개그는 굉장히 드물죠. 그런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 작가는 정말 얼마 없죠. 그런 영화를 만드는 세스 로건 같은 사람을 보세요. 듣기로는 영화의 많은 부분에서 즉흥적인 연기를 한다고 하더군요. 그분들은 정말 재미있는 사람들이지만, 저는 단지 그런 걸 하는 게 익숙지 않아요. 하지만 영화에 출연하는 사람들 중 벤 위쇼나 로리 키니어처럼 유머를 아주 편하게 다루는 사람들도 있어요. 심지어 랄프 파인즈도 그런 걸 아주 잘하더라고요. 유머가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영화의 톤을 설정하면 굉장히 능숙하게 해내요. 하지만, 네. 한마디로 대답하자면, 영화에 유머를 좀 더 많이 넣으려고 노력했답니다. 
 
본드를 연기할 때는 외모가 중요한 것 같아요. 입는 옷, 걸음걸이, 그리고 몸매도요. 그런 것에 질릴 때가 있나요?
이건 여장을 하는 것과 같아요. 사실 최고의 연기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을 때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본드는 그것과 정반대잖아요.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많이 신경을 써야 하니까요. 그건 정말 괴로운 일이에요. 정말로, 무척 괴로운 일이에요. 저도 그가 정장을 차려입는 것이나 방으로 멋지게 걸어 들어가는 모습 같은 것들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배우로서, 저는 그냥 제가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서 조금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저는 두 가지 마음을 모두 가지고 있는 거죠. 그런데 그건 사실 본드도 그렇거든요. 그는 멋지게 보이고 싶어 하는 동시에 그의 외모가 어떻든 조금도 신경 쓰지 않으니까요!

당신이 맡은 본드 중 가장 유명한 건 "007 카지노 로얄" 에서 파란색 트렁크를 입고 바다에서 나오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십 년이 지난 지금, 그 장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그 장면을 보지 않아요. 저는 울면서 “나 정말 아름다웠잖아!” 말하고서는 그 장면을 보지 않는답니다. 옛날에 촬영한 장면들을 보면 저는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기분이에요. 저는 본드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는 있었어요. 하지만 그것들은 저의 본모습과 완전 반대였어요. 저를 몇 번 만나보셨잖아요. 저는 그렇게 쿨한 사람이 못돼요. 저도 쿨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지만, 저는 아닌걸요. 하지만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는 사람은 쿨해야 하죠. 그런데 도대체 ‘쿨’하다는 게 뭐냐는 말이에요. 아마 그걸로 논문도 쓸 수 있을 거예요. 그 장면은 사실 의도해서 찍은 게 아니라 오히려 제가 크게 사고를 친 거였어요. 저는 얕은 물에서 수영을 하는 척하다가 일어서서 물 밖으로 걸어 나왔어요! 수영을 하면서 쿨한 사람인 척했지만 그게 좀 바보같이 보인다고 생각해서 벌떡 일어나 물 밖으로 걸어 나왔거든요. 그런데 그게 촬영된 거죠!

"007 스펙터" 중 다니엘 크레이그
 
"본드는 어떤 부분에서는 제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해주죠."
 
가끔 자신을 바라보면서 내가 어떻게 하다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게 되었을까 생각할 때가 있나요?
네, 저도 알고 있어요. 되게 바보 같고 말도 안 되는 일이죠. 맨 처음 이 배역을 제안받았을 때 저는 그냥 “당신들 실수하는 거예요”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직도 좀 미친 것처럼 느껴져요. 
 
다른 본드 영화를 찍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시나요?
지금이요? 차라리 이 유리잔을 깨서 제 손목을 그어버리겠어요. 절대로 안 돼요. 안 해도 좋아요. 지금은 일을 전부 마쳤으니까요. 다들 일을 끝냈어요. 이제 제가 하고 싶은 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거예요. 
 
아예 다음 단계로 가는 건가요?
사실 아직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지는 않았어요. 적어도 1년, 아니면 2년 동안은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다음 단계가 무엇이 될지 알 수 없죠. 현재로서는 그 누구와 무엇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 않아요. 제가 만약 본드 영화를 또 찍는다면, 그건 단순히 돈 때문일 거예요.
 
본드를 연기하며 영화에 출연할 때, 배우로서 제약을 받는 부분이 있나요?
본드는 어떤 부분에서는 제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해주죠. 이 역할은 저의 커리어를 믿을 수 없는 방법으로 바꾸어놓았어요. 기회가 더 많아졌어요. 저는 굉장히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죠. 하지만 영화를 찍는 데 정말 끔찍할 정도로 시간이 많이 걸려요. "007 스카이폴"과 "007 스펙터" 사이의 공백 기간에 연극 무대에 섰는데, 저는 이것에 집중하고 싶어서 영화 하나는 거절했어요. 그때는 그런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었고, 지금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어떤 제약이 있다면, 그건 이 영화를 찍는 데 시간이 정말 많이 든다는 거예요. 그게 제약이죠.
 
당신 이후에 누가 본드 역을 맡게 될지 신경이 쓰이나요?
저는 정말로 상관 안 해요. 그들에게 행운을 빌어요. 제가 신경 쓰는 부분은 제가 그만두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다시 이 일을 이어나가고 전보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게 하는 거예요. 더 좋게 만드는 것, 그게 전부예요.
 
그럼 이래라저래라 하지도 않을 건가요?
오, 신이시여. 절대 안 해요. 상상해보세요. “어, 저기 봐. 다니엘 크레이그다. 다시 촬영장에 나왔네!” “저기, 내가 여기에 있으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냥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얼마나 웃기겠어요?
 
만약 본드 역에 캐스팅 제의를 받은 배우가 당신을 찾아와서 조언을 구한다면 어떤 말을 해줄 건가요?
딱 두 가지만 말해주겠어요. 첫째로, 이건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 누구의 말도 듣지 마라. 아니, 모든 사람의 말을 듣되, 결국 마지막 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당신이 몸을 누일 침대란 말이다. 그리고 허투루 하지 마라. 당신 스스로 나서야 한다. 사람들은 더 이상 이런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이런 영화는 이제 아주 드물게 만들어진다. 그러니까 대충 할 생각 마라.
 
그러면 누가 당신에게 전화해서 자신이 007 시리즈에 캐스팅됐다고 말하면 어떤 조언을 할 건가요?
대충 할 생각 하지 말라고요! 도전해라. 받아들여라. 그런 진부한 말들 있잖아요. 훌륭히 해내라고요. 자신을 최대한 한계까지 밀어붙어야 해요. 이건 그럴 가치가 있어요.
제임스 본드잖아요.

다니엘 크레이그의 네 번째 007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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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스펙터
007 스펙터
제임스 본드가 돌아왔다. 007 시리즈의 24번째 작품이다. 당신이 전작 "007 스카이폴"의 팬이라면 많이 기쁠 것이다. 감독 샘 멘데스와 각본가 존 로건, 그리고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를 포함한 기존 팀이 다시 뭉쳤기 때문이다. Q 역으로 돌아온 벤 위쇼와 말로리 역에서 M 역을 맡게 된 랄프 파인즈도 빼놓을 수 없다. "007 스펙터" 는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가 자신의 과거와 연관된 비밀을 추적하던 중 악명 높은 범죄조직 스펙터와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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