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에 향수 광고 속 이반카 트럼프로 등장해 그녀를 풍자하는 등, 스칼렛 조한슨은 올해 초에만 여러 번 자신의 신념을 공개 석상에서 밝혀왔다. 그녀를 만난 1월에도 그랬다. 도널드 트럼프 취임식 하루 전에 그녀와 인터뷰를 가졌는데, 그래서인지 대화의 주제는 19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을 리메이크한 영화, <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에서 출발해 정치로 흘러갔다. 스칼렛 요한슨은 화가 나 있었고, 그것을 거리낌없이 표현했다. 인터뷰를 하고 일주일 후, 그녀는 여성의 행진(Women’s March)에 참석해 워싱턴의 강단에 서서 낙태와 재생산 권리에 대해 강연했다. 어떤 배우들은 스케줄이 끝난 후 무엇을 할지 고민한다. 그러나 그녀는 아니다.
영화에서 사이보그 역을 맡아 연기했다. 평범한 사람이 아닌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했나?
제한적으로 느껴졌다. 그녀는 유능하고 동작에는 군더더기라곤 없다. 알맞는 말을 고르느라 우물거리지도 않으며, 안절부절 못하며 꼼지락 대지도 않는다. 완벽한 기계는 아니지만 일부는 기계처럼 작동하는데, 배우로서 관객과 교감하기 위해서는 몸이나 목소리의 뉘앙스에 의존해야 한다. 단조롭고 따분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경험한 것을 솔직하게 전달해야 한다. 연기하기 어려웠다.
보다 일반적인 범주에서, 기술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이 있나?
조심하고 있다. 아마 대중의 시선을 받지 않는 사람보다 내가 더 경계태세를 하고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익명성을 가질 수 없게 된 사람으로서 그 가치를 보고 있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이 공유되는 세계에 살고 있고 익명성이란 너무나 소중한 것이다. 왜 그것을 그렇게 적극적으로 포기하고 싶어하는지 이유를 상상도 할 수 없다. 내가 SNS를 하지 않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굉장한 시간 낭비 같아서.
배우인 이상, 익명성을 포기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인 듯하다.
이 직업이 그런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감당해야 하는 부작용이다. 어느 정도는 그 덕분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둘이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삶을 자진해서, 왕성하게 포기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모든 것을 공유할 필요는 없지 않나.
자신을 도시형 인간이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나는 도시에 있는 게 좋다. 도시에 뛰는 심장 박동의 일부가 되는 게 좋다. 무엇이 도시를 움직이는지 알고 싶다. 토끼가 뛰어들어간 굴 밑에는 무엇이 있는지, 멋진 사람들이 지금 무엇을 하는지 알고 싶다. 당신은 타임아웃에서 일하니, 그 사람들이 뭘 하는지 알려줄 수 있겠다. 난 멋진 사람들이 뭘 하는지 나 자신에게 알려주기 위해 타임아웃을 본다.
<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 속의 미래도시가 디스토피아인가? 무언가 잘못된 세계인가?
아니, 아니다. 잘못된 사건에 대한 영화는 아니다. 아니, 내 말은, 당연히 그런 스타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설득력 없는 이야기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지금 만한 시기가 없을 것 같다. 최근 정치적 사건들이 우리로 하여금 날카로운 눈으로 미래를 주시하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그리고 우리는 일종의 안일주의에 빠져 있었다. 미국에는 징병제나 징집제가 없으니 사람들은 투표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다. 어떤 나라에서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인데 말이다. 이제, 과오를 갚아야 할 순간이 왔고 새로운 행정부가 도래했는데,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선거 캠페인에서 스스로를 민주주의적인 사람(a man of the people), 반체제적 인사로 소개했다.
나는 그가 민주주의적으로 비춰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어떤 면에서 사람들이 자기 혐오에 너무 심하게 빠진 나머지 자신들에게 이야기를 건넨 후보를 뽑을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투표한 사람들은 그저 “자, 색다른 걸 한번 해볼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것이 뭘 뜻하는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개혁에는 나도 찬성한다. 하지만 다같이 이제까지 쌓아온 것을 무너뜨리다니, 말도 안된다. 무지몽매하고 멍청하며 당황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4년이라니! 이제 곧 어둠이 밀려온다. 하지만 괜찮다. 난 버틸 수 있다. 그리고 멋지게 싸워낼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당신은 < 어벤저스 >시리즈의 블랙 위도우로 유명하다. 대체 그 캐릭터에 어떤 매력이 있었길래 그토록 오랫동안 그 캐릭터를 고수했나?
그 양파의 껍질을 까기 시작한 지 지금까지 8년 정도 됐다. 블랙 위도우가 다음에 어디를 갈지 기대된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 어벤저스 > 시리즈의 3, 4편 스크립트를 기다리고 있다. 마블 스튜디오, 제 스크립트가 도대체 어딜 간 겁니까! 난 블랙 위도우의 역할을 오래 해왔다.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많으니,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안다. 배우로써 무언가에 돌아가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여러 잡지에서 당신을 ‘살아있는 가장 섹시한 여성’으로 뽑았다. 이런 관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잡지 표지 요청이 들어왔는데, 하고 싶지 않은 때가 몇 번 있었다. 그럴 때 난 이렇게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물건 취급 당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때로는 이런 생각이 든다. “좋아, 어쩔 수 없지. 네가 선택하는 거야. 가장 섹시한 여자든 뭐든, 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안 남았다고!”.
영화를 통해 육체적이나 감성적, 혹은 지적인 도전을 하고자 하는 편인가?
그렇다. 할 수 있는 한 힘껏 자신을 밀어 붙이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는 것도 좋다. ‘가장 섹시한’이건 뭐건, 몸 없는 사이보그건 뇌 없는 로봇이건 말이다. 자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거나 스스로에게 도전하는 건 멋진 일이다. 그것을 하기 위해 영화는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