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해외 뮤지션 7

김밥레코즈 김영혁 대표가 고른 올해의 해외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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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리바인의 목소리가 일년 내내 거리에 흐르지만, 올해에도 주옥같은 해외 명반은 쏟아졌다. 데뷔 앨범으로 화제가 된 콩고 출신의 음봉와나 스타부터, 올해 역시 최고의 주가를 달린 천재 켄드릭 라마까지. 2015년 앨범을 낸 해외 뮤지션 중 일곱 팀을 골랐다.

1.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상업적 성공을 거두고 있는 힙합 음악가는 많다. 그러나 묵직하고 의미 있는 가사에 기술적, 음악적으로 안정된 앨범을 지속적으로 내놓는 MC는 그리 많지 않다. 힙합의 황금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그러나 과거의 어떤 음악이 연상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앨범 <To Pimp A Butterfly>는 켄드릭 라마가 지금 시대를 대표하는 독보적인 힙합 음악가라는 생각에 확신을 더하게 한 작품이다. ‘바람직한 힙합’ 같은 것은 없지만 그의 음악은 힙합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2. 제이미 XX(Jamie XX)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The XX의 작업이나 그간 이따금 선보인 리믹스는 어쩌면 이 작업을 위한 예비 과정 정도였는지 모르겠다. The XX의 작업이 그러했듯이, 이 앨범 역시 많은 요소를 가져다 쓰지 않았다. 몇 개의 샘플과 간결한 키보드 연주과 비트/ 베이스라인과 함께하는 정도지만 이 댄스/일렉트로니카 앨범은 팝과 힙합까지 껴안으며 올해 이 장르에 있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냈다. The XX의 동료들이 목소리를 보탠 것 외에는 외부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은 작품이지만 앨범은 커버처럼 수많은 색채를 품고 있으며, 이것은 결국 ‘올해의 프로듀서’라 부를 수밖에 없는 제이미의 탁월한 음악적 감각과 선택 능력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이제 그는 겨우 27살이며 솔로 앨범으로는 이것이 데뷔작.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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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탈리 프래스(Natalie Prass)

나탈리 프래스 주변에는 <백투더퓨처>에 등장하는 브라운 박사 같은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오래전 브로드웨이나 필 스펙터가 정점에 있었던 60년대, 젊은 더스티 스프링필드나 케이트 부쉬가 있었던 그 이후 시대까지 경험하고 온 것 같은 음악가 나탈리 프래스의 데뷔 앨범은 사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 2012년에 만들어진 앨범이다. 3년간의 시간을 기다려 발표된 이 앨범은 적어도 30년 이상 시간 동안 숙성된 작품처럼 깊고 풍부한 소리를 자랑하며, 그리하여 앨범을 듣는 동안 이 가수가 신인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는다. 이것은 새로운 고전이다.

4. 음봉와나 스타(Mbongwana Star)

콩고 출신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음봉와나 스타의 음악에는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전자 비트가 등장한다. 누구든 춤을 출 수 있는 음악이라는 점에서는 전자음악이나 댄스음악 계열로 분류해도 되겠으나 거칠고 공격적인 기타 라인을 들으면 이것은 한편으로 록음악이다. 그러나 이 음악은 아프리카 음악이나 월드 뮤직에 대한 기존 관념마저 허물어뜨릴 수 있을 정도로 독창적이다. 이들이 완전한 신인은 아니다. 멤버 중 일부는 스태프 벤다 빌릴리(Staff Benda Bilili)라는 팀에서 연주한 적이 있으며, 아일랜드 프로듀서 패럴도 함께한다. 하지만 어디서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 음악을 만들어낸 이들에겐 새로운 기운이 넘친다. 한마디로 ‘올해의 데뷔 앨범’을 만들어낸 이들의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보면 이 새로움이 그저 시작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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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줄리아 홀터(Julia Holter) < Have You In My Wilderness>

느슨하지만 호흡이 긴 중편 소설을 만들어오던 작가가 간결한 호흡의 수필집이나 단편집을 내놓은 것과 흡사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전작들처럼 그리스 비극이나 뮤지컬에서 가져온 중심 테마는 없지만, 이 캘리포니아 출신의 싱어송라이터는 여전히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좀 더 단아한 문체와 악기 편성, 그리고 더 듣기 쉬워진 선율은 이 작가에 대한 세간의 주목도를 높였다. 수많은 장르에서 가져온 독창적인 사운드는 여전하지만, 이 앨범을 요약하게 하는 대목은 ‘Feel You’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하프시코드 연주다. 싱어송라이터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등장하는 시대지만 이처럼 관습적이지 않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고 있으면서 사람들이 친숙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싱어송라이터는 그리 많지 않다. 

6. 숲얀 스티븐스 (Sufjan Stevens)

이미 많은 사람이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들어놨기 때문에 기존의 명곡/명반들보다 더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든다는 건 어쩌면 불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작곡가들은 여전히 마술을 부린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거의 매년 신작을 발표한 숲얀 스티븐스는 거의 잊혀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신작 발표 간격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었는데 자신의 아픈 가족사를 드러낸, 마법 같은 선율로 꽉 찬 앨범 <Carrie & Lowell>로 그의 존재감은 다시금 확고해졌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우리 시대를 대표할 만한 싱어송라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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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카마시 워싱턴(Kamasi Washington)

172분에 걸친 이 야심 찬 앨범  은 단연 올해 만난 최고의 재즈 앨범 중 하나다. 현악 오케스트라에 합창단까지 동원된 이 거대한 서사시는 스피리주얼 재즈, 소울 재즈에 현대적인 훵크(Funk), 아프로-재즈 같은 수많은 교차점을 관통하며 재즈와 소울/훵크, 그리고 전자 음악을 듣는이들 사이에 다리를 내려놓는다. 다리가 길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다. 170여 분은 금세 지나간다. 이것이 바로 이 앨범의 가장 훌륭한 점이다. 재즈 연주자들이 종종 크로스오버나 퓨전 연주를 하지만 그것이 외도처럼 느껴진다면, 여러 장르에서 세션과 투어를 소화해온 이 연주자는 동시대 재즈의 견고하고도 훌륭한 모델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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