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로자이라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페스티벌이 되기 위해

다가올 10월의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 바라는 당부 몇 마디. 글 황덕호(재즈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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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가을, 사람들의 발길이 자라섬으로 몰린다. 열두 번째 축제가 열리는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의 성공에는 이유가 있다. 5만원 안팎의 부담 없는 입장료로 탁 트인 야외에서 하루 종일 재즈를 들으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담소를 나눌 기회는 그리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은 그런 점에서 사람들의 욕구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올해도 관람객 대부분은 만족감과 즐거움을 맛볼 것이다. 하지만 다른 목소리도 존재한다. 
 
재즈 페스티벌이 정작 재즈에 쏟는 관심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지적이다. 동의한다. 우선 음향에 문제가 있다(이 부분은 자라섬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열리는 모든 재즈 축제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숙제다). 이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음악적인 문제다. 메인 스테이지에는 여러 밴드와 독주자들이 올라오는데 해당 아티스트들의 사운드에 대한 이해 혹은 세심한 배려를 찾아보기 힘들다. 단적으로 무대 위의 재즈 드럼 소리 거의가 록 드럼처럼 들린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명반 를 통해 오랜 세월 가슴 설레며 들었던 드러머 지미 캅의 드럼 무대를 2012년 자라섬에서 처음 만났지만, 뜻밖의 둔탁한 소리에 크게 낙담했다. 넓은 공간을 꽉 채우기 위해서는 고출력의 소리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강한 드럼 비트가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섬세한 고민이 없다면 자라섬 축제는 재즈 사운드를 들을 수 없는 재즈 페스티벌이 될 것이다. 2014년 내한한 요아힘 쿤의 피아노 독주 무대에서도 그의 고답적인 피아노 소리를(그는 재즈보다 오히려 유럽 고전음악 피아노 소리에 가깝다) 전기와 어쿠스틱 피아노의 중간 형태로 만들어놓았다. 만약 그것이 대형 무대의 사운드
시스템 때문에 불가피했다면 그를 꼭 대형 무대에 올려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했어야 했다. 때문에 실황무대에서 재즈를 진지하게 감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은 추천하기 조심스럽기도 하다. 
 
더구나 올해 메인 스테이지인 ‘재즈 아일랜드’에 오르는 열두 팀은 명성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 어느 매체도 말하지 않을 이러한 지적에 기획자는 발끈할지 모른다. 나는 이러한 내 견해가 단지 명성에 기댄 착각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무명인 뮤지션들의 음악도 좋은 음향으로 청중에게 전달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럼에도 올해 메인 스테이지 가운데 ‘필청’을 권하는 팀들이 있다. 우선 첫날(9일) 오프닝 무대를 장식하는 스파이로 자이라. 오늘날 스무드 재즈를 대표하는 팀이라면 단연 포플레이를 꼽겠지만 실력과 인기에 있어서 결코 뒤지지 않는 전설의 팀이며, 올해 결성 41 주년을 맞은 이 팀의 경력은 포플레이를 크게 앞선다. 밴드를 결성한 색소포니스트 제이 베켄스타인이 여전히 팀을 이끌고 있으며 초창기 멤버인 건반주자 톰 슈먼도 건재하다. 빈틈없는 사운드, 귀에 꽂히는 인상적인 멜로디는 이 팀의 전매특허. 둘째 날 (10일)에는 21세기 재즈 사운드의 새로운 흐름을 몰고 온 베이시스트 겸 보컬리스트 리처드 보나가 무대에 선다. 고(故) 자코 파스토리우스를 연상시키는 탁월한 베이스 연주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허밍과 비음을 구사하는 그의 목소리는 아프리카 카메룬 출신의 연주자로서 갖고 있는 그의 정체성을 잘 표현한다. 그의 특별한 음악성은 조 자비눌, 칙 코리아, 팻 메시니, 바비 맥퍼린과의 작업 속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재즈에 깊은 관심이 있다면 메인 외에도 서브 스테이지에서 펼쳐지는 연주에 관심을 가져도 좋다. 화려하면서도 유쾌한 스윙을 들려주는 9중주단 메일 노넷, 탄탄한 기량과 섬세한 음악성을 갖춘 기타리스트 조응민, 완벽한 팀워크와 유려한 즉흥연주를 자랑하는 한웅원 밴드, 전통과 현대적 스타일을 두루 갖춘 피아니스트 전용준, 그리고 진작 국내 최고의 재즈 보컬리스트로 뽑혀야 했을 허소영 등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의 젊은 재즈 연주자들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은 이제 한국의 재즈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행사가 되었다. 일년에 단 한 번, 자라섬의 무대를 통해 재즈를 접하는 사람들 또한 많아졌다. 재즈라는 음악이 단순한 수익을 넘어 확고한 문화로 자리 잡는 데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의 역할이 너무도 중요해졌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당신의 안목과 선택이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과 재즈를 한발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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