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3년 전 만해도 입장료를 내면 강아지와 고양이와 함께 놀 수 있는 콘셉트의 동물 카페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 지구를 구성하는 생명체 중 하나인 개와 고양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것으로 애견인, 애묘인들의 비판도 많이 받았다. 동물 카페에 찾는 손님은 당연히 동물을 마음대로 만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찾지만, 이렇게 사람의 손길이 계속될수록 동물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동물에 대한 세심한 케어는 뒷전인 채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 동물을 이용하는 카페 운영은 종종 동물 학대의 심판대에 오르기도 한다. 여기서 소개하는 카페는 그 동안 인기를 끌었던 동물 카페와는 성격이 다르다. 먼저, 단순히 동물을 만지는 게 목적이 아니며 둘째 ‘카페’라는 이름에 걸맞게 맛있는 카페 메뉴와 안락한 시간을 우선적으로 제공한다. 합정에 위치한 갈라파고스가 인기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한껏 살린 갈라파고스는 높고 널찍한 내부 공간과 화사한 느낌의 인테리어로 편안한 느낌을 준다. 홀로 공부하는 사람부터 영어 스터디를 하는 그룹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다. 이 곳은 우수한 커피 맛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커피와 설탕을 발효시켜 만든 베이스에 우유를 탄 ‘MSG 라떼’와 (참고로 MSG는 들어가지 않았다) 아프리카산 원두만 한데 모아 내린 ‘아프리카노’는 카페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인기가 좋다.
남아메리카 동태평양에 위치한 갈라파고스 섬에서 이름을 딴 이곳에서는 열대 지방에서 온 동물들이 살고 있다. 커피를 마시고 있다 보면 테이블 아래로 스윽 지나가는 거북이, 귀여운 야생 날다람쥐인 슈가 글라이더나 이구아나 등을 볼 수 있다. 갈라파고스의 마스코트인 17살의 거북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잠에 쏟지만 잠에서 깨면 카페를 어슬렁 기어 다닌다. 거북이가 생각보다 빠르다는 것과 진짜 등껍질을 보자니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 슈가 글라이더는 우리 안에 있지만 직원이 데리고 나오면 직접 해바라기씨 등의 먹이를 줄 수도 있다. 작고 귀여운 입으로 먹이를 먹고 있는 슈가 글라이더를 보고 있으니 한번도 보지 못했던 동물과 마주한다는 것은 언제나 놀라운 일 같다. 키우던 동물을 카페로 데려온 갈라파고스의 대표는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에서 예상 밖의 동물을 만나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었단다. 손님과 동물이 공존하는 공간이자, 손님의 질문에 답하면서 대화할 거리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동물들과의 교감, 갈라파고스에서라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