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에서 기사식당으로 시작한 이 집은 한국식 왕돈까스의 원조집으로 꼽힌다. 1987년에 시작했으니, 올해로 30년째를 맞는 집이다. 지금은 워낙 유명해져 택시기사들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대기표를 받고 기다렸다가 먹은 지 오래다. 편의점 위에 걸려있는 간판이 먼저 보이지만, 진짜 건물은 편의점 뒤쪽에 마당을 가진 건물이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주문을 하고 나면, 바로 깍두기와 쌈장, 수프를 먼저 내준다. 수프는 어린 시절 부모님 따라 경양식집에 가서 먹던 딱 그 맛이다. 기대하던 걸죽함보다는 묽은 기가 많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등심돈까스가 왕돈까스이고요, 안심돈까스는 작은 사이즈로 두 개 나와요. 더 부드러운 건 안심돈까스고요.”
이 집의 돈까스는 얇고 넓다. 두드려서 펴는 방식이 아니라, 가운데 칼집을 넣어 넓게 펴는 식으로 고기를 가공한다. 튀김옷이 잘 입혀진 돈까스는 바삭하고 미리 뿌려져 나오는 소스가 같이 입안에 감돈다. 돈까스는 얇아도 씹는 맛이 느껴지고, 밑간이 잘 배어있음을 느낄 수 있다. 소스는 단 편이다. 잘게 썬 양배추 위에 얹어내는 소스도 달다. 내게는 너무 달게 느껴져 거의 먹지 않고 남겼다. 돈까스는 다 먹기 힘들 정도로 양이 많다(보통 여자 기준). 그래도 느끼해질 즈음에 먹는 깍두기와 풋고추로 입안을 개운하게 하며 식사를 이어갈 수 있다. 반찬에 쌈장이 끼어 나오는 이유다. 돈까스로 빵빵해진 배는 10분 거리의 길상사나 한국 가구박물관을 산책하며 꺼뜨릴 수 있다. 모처럼 외식 나온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점심코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