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을 ‘서울의 브루클린’이라고 불리게 하는 데 대림창고의 역할이 8할은 되었을 것이다. 1970년 초에는 정미소로 사용되었고 1990년부터는 창고로 쓰이던 이곳은 오래되고 투박한 외관을 유지한 채 2011년부터 샤넬, BMW 등의 패션쇼나 행사장으로 쓰이며 유명세를 얻었다. 지난 5월에는 큰 대지 일부분에 갤러리 겸 카페로 문을 열었는데, 기존 창고의 외관과 골조를 그대로 사용해 카페를 만들었다.
크고 묵직한 나무로 된 문을 열면 뼈대만 남은 빙하시대의 거대동물 같은, 양정욱 작가의 설치 작품이 두 눈 가득 들어온다. 이 작품을 돌아 안으로 들어서면 천장이 7m는 거뜬히 넘어 보이는 탁 트인 내부가 펼쳐진다. 거친 회색 벽과 자연스럽게 드러난 지붕 골조 아래에 사람들은 벌써 빽빽하게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무엇보다 반투명 플라스틱 자재를 사용한 천장에서 자연광이 안으로 들어오는데, 내부 곳곳에 심어진 나무로 자연광이 비춰지는 모습이 자못 목가적이다. ‘오랫동안 방치된 공장에서 자라난 나무’의 이미지를 옮겨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마치 회회 작품을 보는 것처럼 감상적인 기분도 든다. 1층은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뉘고, 2층과 해가 지면 분위기를 더할 것 같은 옥상도 있다.
그러나 공간이 주는 감동에 비해 산미나 구수함이 느껴지지 않는 밋밋한 커피 맛은 아쉽다. 아무리 좋은 콘셉트라도 결국 사람들을 지속해서 오게 하는 것은 ‘맛’이다. 갤러리와 카페를 겸한 복합예술공간을 표방하고 있으나 이곳 또한 다르지 않다. 맛이 안정된다면, 서울의 중심부에서 멀더라도 오랫동안 찾고 싶은 공간이 될 것임에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