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이 제철인 토마토를 얇게 잘라, 중간에 설탕을 뿌려가며 켜켜이 쌓는다. 냉장고에 반나절 동안 두면 설탕물이 우러나오는데, 이 달콤한 물에 절여진 토마토는 아이스크림보다 상큼한 여름 간식이다. 할머니가 엄마에게, 엄마는 자식에게 해주며 전승되는 초여름의 맛. 주인장은 소중한 추억의 맛을 토마토 빙수에 담았다.
눈송이 같은 얼음을 소복히 쌓아 올리고, 중간에 직접 만든 토마토 퓌레와 연유를 뿌려 맛을 낸다. 설탕에 절인 토마토를 갈아서, 씨와 껍질이 없도록 체에 걸러야 입자가 고운 퓌레가 완성된다. 손도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러나 맛은 수고를 들인 보람이 있다. 달달한 케챱 맛이 아닐까? 라며 농담한 것이 미안해졌을 정도다. 도쿄빙수의 맛을 결정하는 건 8할이 이 퓌레다. 얼음 위에 떡이나 팥, 과일 등 다양한 토핑을 올리는 한국의 일반적인 빙수와 달리, 이곳은 오롯이 얼음 위에 뿌린 퓌레의 맛으로 승부하기 때문이다. 고운 얼음으로 수북히 봉우리를 쌓아 위에 시럽을 뿌려먹는 일본의 빙수와 닮았기에 이름도 ‘서울빙수’가 아니라 ‘도쿄빙수’다.
빙수 위에 흩뿌려진 가루는? 굵게 간 후추다. 그렇게 짜릿한 매운 맛은 아니지만, 빙수 위에 후추를 올리는 발상이 어떻게 나왔는지 물어봤다. “토마토와는 바질, 후추, 올리브 오일이 어울려요. 여러 가지 시도해봤는데, 후추가 괜찮더라고요.” 올리브 오일을 뿌린 빙수는 어땠을지, 궁금해지는 답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