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류니끄

4 최대 별점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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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Out 의견

류니끄의 저녁 테이스팅 메뉴를 먹어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혼자 테이블에 앉아 우아하게 먹을 수 있는 고수는 아직 못 되기에 함께 갈 동반자가 필요했다. 하지만 저녁에는 단 한가지의 테이스팅 메뉴만 선보이는 류니끄. 심지어 가격이 18만원이다. 18만원씩 하는 저녁을 함께 할 친구를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18만원?? 너무 비싼 거 아니야? 맛은 있는 거지? 맛없기만 해봐.” 물어보는 친구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거의 똑같았다. 내 생일이 끼어 있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나는 정말 류니끄의 저녁을 포기했을 것이다. 류니끄의 저녁은 비싼 편이다. 서울의 알아주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들이 대부분 테이스팅 메뉴를 가지고 있지만, 따로 주문할 수 있는 단품 메뉴도 같이 있기 때문에 선택이 가능하다. 하지만 류니끄는 단 한가지의 테이스팅 메뉴만 있어 부담이 좀 됐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오랜만에 황홀한 저녁식사를 했다. 11가지 코스로 나온 테이스팅 메뉴와 구성도 훌륭했다. 가격이 부담스러워 와인 페어링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아뮤즈 부시가 끝날 무렵 와인 페어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음식에 맞춰 나오는 와인으로 더욱 극대화된 요리의 맛을 즐길 수 있었다. 함께 간 친구는 아주 오랜만에 이런 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했다. 모처럼 맛의 호사를 누린 시간의 여운이 2주일은 간 듯하다.

우선 다섯 종류나 나온 아뮤즈 부시부터 눈과 입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간장 새우와 비트로 색을 낸 핑크 아이올리(튜브에 담긴 아이올리 소스를 새우 위에 짜서 먹는다), 호두껍질 사이에 감춰진 호두모양의 감자요리, 무엇보다 김치를 말려 날개를 만들고 감자퓨레로 꼬리를 만든 잠자리 모양의 요리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핀셋으로 집어먹는 다시마에 절인 참돔, 푸아그라와 당근 소스 요리를 음미하는 사이, 이어서 류니끄의 시그니처 메뉴가 나왔다. 셰프의 노스텔지어가 담긴 '메추라기 추억'. 연기가 담긴 유리볼을 열자 건초 타는 냄새가 피어오르며 안에 베이컨에 감긴 메추라기가 담겨있었고, 옆의 접시에는 비트소스와 곁들이는 메추라기 다리가 익혀나왔다. 류태환 셰프도 직접 나와 인사를 하고 설명해주는 메뉴였는데, 개인적으로도 가장 인상 깊은 메뉴 중 하나였다. 이어서 민어와 닭가슴살 케즈리 부시, 수비드한 굴과 전복 요리, 우삼겹 안에 흑미와 야채를 넣어 순대처럼 만든 요리와 채끝 등심까지 세 가지의 메인 요리가 더 나왔고, 세 가지 디저트 코스의 마지막은 여섯 종류의 디저트가 들어있는 보석상자로 장식되었다.

실험적인 메뉴의 아이디어와 공들여 만든 음식의 과정들(소금에 절여 훈제한 닭가슴살을 3개월 동안 건조 등), 그리고 창의적인 플레이팅까지 그야말로 나무랄 데 없는 저녁 식사였다. 류니끄는 지난해 2015년 아시아베스트레스토랑 50위 중 27위에 올랐고, 한식 재료를 일식과 프랑스식 조리법으로 선보이는 실력있는 레스토랑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50위 안에 들지 못했고, 서비스 부분에서(특히) 만족스럽지 못한 평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였을까. 코스마다 셰프의 어떤 결심 같은 것이 느껴졌다. 류태환 셰프 스스로도 그간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더 강하게 부각시키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한다. 식재료와 플레이팅 부분에 대해 셰프가 표현할 수 있는 극대한의 방법을 표현하고자 노력했고, 전문 인력을 구성해 서비스의 단점을 보강했다고. 실제로 식사를 한 날에는 서비스의 질도 높았다. 아뮤즈부시에 페어링된 샴페인이 기포가 많이 빠져 있었는데, 그걸 말하기 전에 바로 알고 교체해주었다. 레스토랑의 스태프들이 바뀌었을 것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류니끄를 처음 가본 사람의 입장에서는 올해 순위 안에 들지 못한 것이 의아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개인적으로는 류니끄가 올 연말에 발행된 미슐랭 가이드 한국판에 충분히 들 수 있으리라 본다. 그날 경험했던 류니끄의 음식처럼 셰프의 결심과 의지가 지속되는 한. 

상세내용

주소
강남대로 162길 40
강남구
서울
가격
테이스팅 메뉴 18만원
운영 시간
점심 12:00-15:00, 18:00-22:30 매달 넷째주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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