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와 입간판, 곳곳에 놓인 장식품 속에서 부엉이가 손님을 맞는다. 주인장이 부엉이를 좋아해 가게 이름도 부엉이 돈까스지만, 돈가스 재료는 부엉이가 아니라 제주도산 흑돼지니 안심해도 좋다. 간판 메뉴라는 스노우 치즈 돈가스를 주문하자마자 나온 크림 스프는 직접 만들었다는 점원의 말과 다르게 레토르트 제품의 맛이 진하게 난다. 불안감이 고개를 들 무렵, 스노우 치즈 돈가스가 철판에 담겨 나왔다.
돈가스는 갈린 하얀 파마산 치즈와 노란 체다치즈에 덮여 보이지 않을 정도다. 절절 끓는 철판 위에 흩어진 치즈들은 녹아 누룽지가 되는데, 돈가스와 함께 먹으면 바삭하면서 고소하다. 황금색의 얇은 튀김옷을 두른 돈가스는 두툼하지만 부드럽게 씹힌다. 돈가스의 맛을 좌우하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돼지고기. 돼지고기가 신선해야 냄새가 나지 않는다. 기름의 온도도 중요하다. 돈가스를 튀기는 기름이 낮으면 돈가스가 느끼하고 높으면 탄다. 소스가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스노우 치즈 돈가스는 얄미울 만큼 삼박자가 맞는다. 돼지고기는 고소하면서 잡내가 전혀 나지 않고, 튀김옷과 치즈 누룽지가 주는 식감이 재미있다. 옛날에는 가게에서 소스를 직접 만들었으나 지금은 자체 공장에서 소스를 만든다. 그래서인지 찍어먹도록 접시에 따로 곁들여 나오는 소스는 익숙한 공산품 소스의 맛을 내지만, 자칫 느끼할 수도 있는 돈가스에 포인트가 된다. 자극적이면서도 깔끔한 소스의 비법이 궁금할 정도다. 배가 그다지 고프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접시를 남김없이 비웠다. 자극적인 맛을 즐기지 않고, 돈가스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누가 그랬던가, ‘정말 맛있는 음식은 취향을 초월한다’고. 그 말을 실감하게 한 돈가스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