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옆에 있는 양키스버거와 주인장이 같지만, 분위기는 정반대다. 내부가 온통 까만 양키스버거와 달리 이곳은 벽과 바닥이 모두 하얗다. 도발적인 눈빛의 여인이 팝아트 풍으로 그려진 큼지막한 벽화와 핫핑크 네온사인은 멋스럽진 않지만, 개성이 넘친다. 메뉴 역시 젊은이다운 아이디어가 톡톡 튄다. 닌자 터틀은 피자를 좋아하는 닌자거북이를 떠오르게 하고, 시금치를 듬뿍 올린 피자의 이름은 뽀빠이다. 화이트 소스에 모짜렐라와 체다 치즈를 넣어 하얗고 노란 피자는 금발의 백인에서 착안해 헬로! 트럼프라는 이름을 붙였다.
미국 북동부 사람, 그 중에서도 주로 뉴욕 시민을 가리키는 ‘양키’를 점포명으로 쓴 걸 보면, 뉴욕 스타일의 피자를 낼 것이라 기대하게 된다. 뉴욕 스타일의 피자에는 기본적으로 토마토 소스와 모짜렐라가 들어간다. 소스가 달고 토핑이 다양한 한국 피자에 비해 짭짤하며 토핑도 한 두 가지만 올라간다. 글루텐 함량이 높은 밀가루로 도우를 만들어 얇지만 굉장히 바삭한 것도 특징이다. 이곳의 피자는 토마토 소스가 달지 않고 토핑도 맛의 밸런스가 좋지만, 도우가 지나치게 부드럽다. 뉴욕 피자가 딱딱하리만큼 바삭한 것은 두텁게 올린 토마토 소스와 모짜렐라의 수분을 흡수하기 위해서다. 이곳의 피자는 얇은 도우가 소스를 머금고 허물어지기에 반으로 접어 먹기 불편하다.
다소 먹기 힘들다는 점을 제외하면 피자의 맛은 훌륭하다. 두꺼운 빵 위에 고구마나 햄을 올리는 한국식 피자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그러나 단순한 토핑이 어우러져 맛의 조화를 이루는 뉴욕식 피자를 맛보고 싶은 사람이나 뉴욕이 그리운 유학생, 혹은 트럼프의 팬이라면 방문해도 좋을 곳이다.